한국소설32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창비 / 리디북스 잘 모르겠다. 우울증이 사람의 정신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어떻게 삶의 의지를 야금야금 갉아먹어 가는지. 그저 책을 읽고 짐작해 본다. 내가 '자살'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던 때를 떠올리면, 집으로 가는 길의 높다란 다리가 생각난다. 한탄강의 마른 바닥이 휑하게 들여다보이던 강바닥을 보며 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을까? 다리쪽 먼저 떨어지면 상해만 입을 지도 모르겠다, 머리부터 떨어져 바위에 머리를 박는다면 확실하게 죽음에 이를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건넜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내 나이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의 빚을 지고 있었고, 그것을 가족에게 숨기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매번 다리를 보며 이어졌던 자살충동에 가까운.. 2022. 9. 12.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문학동네 / 리디북스 구입 자체는 꽤 오래전에 (책이 초판 발매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구입한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읽었다. 리디북스 내서재에 있는 한국 소설을 털어내기로 마음 먹고 구입한 순서대로 읽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읽게 된 한국 소설이다. 이후 엄청나게 유명해지고 알려져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원작 영화와 원작 소설이 있을 경우, 무조건 원작 소설부터 읽고 영화를 본다는 내 원칙에 따라 영화를 볼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꾹꾹 참았다. 이렇게 금방 읽힐줄 알았으면 진작 읽었을걸(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한 편의 완벽한 스릴러 소설을 보는 기분이었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가득하고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연쇄살인범(나이가 70이라 25년전에 은퇴(?) 했다)이 .. 2022. 8. 26.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 밀리의서재 제목과 표지는 아주 말랑말랑한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야기의 배경은 끔찍한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스트라는 먼지가 지구를 뒤덮어 사람과 동물, 식물을 모두 죽여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돔 시티를 만들어 그곳에서 생존한다. 이야기는 더스트로 인한 아포칼립스가 종식되고 재건이 된 지 70년, 아영이라는 식물학자가 모스바나라는 식물이 기이하게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모스바나를 연구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학회에 다녀오며 랑가노의 마녀를 만난다. 랑가노의 마녀들은 에티오피아의 재건에 도움이 된 유명한 사람들로 병원과 의약품이 없던 더스트 종식 이후에도 약초를 이용한 민간 치료로 유명했던 자.. 2022. 7. 31. 여름의 빌라 - 백수린 여름의 빌라 / 백수린 문학동네 / 리디북스 불현듯 그녀는 자신이 지금껏 누구에게도 떼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일찍 철이 든 척 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했음을. 아직은 집에 가지 않을래요 - 백수린 이 책의 마지막 단편,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을 읽으면서 잊고 살았던 초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났다. 어린 시절, 모범생이고 반장을 하던 초등학생 시절에 남면에서 전학왔던 통통한 아이. 통통한 얼굴이 붉고 곱슬머리에 눈이 크던 주희. 한 동네에서 오래 알고 지낸 토박이 아이들 틈에 주희는 잘 끼지 못했다. 남자 아이들은 돼지라고 주희를 놀려댔다. 강변에 조립식 집을 지어 살던 주희는 아무리 베풀고 잘해주어도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주희는 남면의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나도 한 번 주희를 따라.. 2022. 7. 30.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문학동네 / 리디북스 채식주의자. 처음 접한 한강의 책이었다. 뭐랄까. 기괴하고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한 여자의 깊숙한 곳에 들어차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공허함 같은 것에 마음이 쓸렸다.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일삼는 주인공에게 공감이 갔고, 주변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했다. 독서 모임에서도 채식주의자로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었다. 두번째 접한 한강의 책이다. 분명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노멀하게 남.여 주인공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초반에 명료하게 시작한다. 경하의 준비와 유서, 그리고 인선과의 인연, 그녀의 부름. 인선에게 간 경하는 그녀의 손가락이 절단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가 키우고 있는 앵무새 '아마'를 위해 제주도로.. 2022. 4. 27.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나무옆의자 / 밀리의서재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도입부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확 사로잡혔다. 지갑을 잃어버린 편의점 사장 염여사님과 지갑을 주어준 노숙자.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사이에 인연이 생기고 자신을 독고라고 칭하던 노숙자는 편의점 야간 알바생이 된다. 기이한 인연이 죽어가던 한 사람의 삶을 조금씩 회복시켜준다. 이 과정까지 읽자 뒷 이야기는 슥슥 읽혔다. 앉은 자리에서 3시간만에 한 시도 쉬지않고 읽을 수 있었다. 1챕터 염여사와 독고의 만남 이후로는 편의점에 관련된 사람들 즉, 오후 알바 시현, 오전 알바 오여사, 편의점 손님 인경, 경만, 염여사의 아들 민식, 새로운 야간 알바생 곽 이렇게 쭉 편의점을.. 2021. 9. 13. 달라구트 꿈백화점2 - 이미예 달라구트 꿈백화점2 / 이미예 팩토리나인 / 밀리의서재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인 달러구트 꿈백화점의 2편이 출시되었다. 출시하자마자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우선 궁금한 분들을 위해 한 줄 감상을 적자면, '1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여지없이 즐거운 2편'이라고 평을 하겠다. 짧은 에피소드의 느낌은 다소 줄었지만 좀 더 확장된 꿈의 세계와 등장하는 여러 케릭터에 대한 밀도가 더 높아져 친밀감도 쌓이고 상상력도 풍부해졌으며 감동도 여전히 놓고 있지 않다. 페니는 입사한지 1년이 되었고 연봉협상을 잘 성공한다. 그녀의 올해 목표는 꿈을 꾸기 싫어하는 단골 손님들을 되찾는 것이다. 1년이 지난 직원에게는 꿈 산업에 종사하는 인재로 인정되어 컴퍼니 구역의 출입증이 나온다. 출.. 2021. 8. 8. 섭주 - 박해로 섭주 / 박해로 몽실북스 / 밀리의서재 박해로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쯤되면 저자의 왕성한 창작에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다. 항상 응원한다.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공포를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작가는 드물다. 전건우와 함께 이제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호러 작가인 것 같다! 조만간 메가히트를 치고 모든 대중에게 박해로라는 이름을 알리는 서늘하고 무섭고 재미있는 토속적인 거대한 작품이 딱!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나 이번 작품도 아쉬움이 남으니, 가슴 속을 시리게 하는 그런 공포는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어쩌면 내가 공포에 무디어진 탓인지도 모른다. 이번 이야기도 초중반이 굉장히 어수선하다. 서경이 바뀌게 되기 전까지, 챕터로 따지자면 발굴과 잠복기까지가 4분의 1 분량.. 2021. 8. 8. 완전한 행복 - 정유정 완전한 행복 / 정유정 은행나무 / 리디북스 정유정이 돌아왔다.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종의 기원 이후로 기다려왔다. 진이,진이는 앞 페이지만 수 번 읽은 후 던저버렸다. 내가 기대하던 정유정의 신작은 딱 이런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다. 가족의 이야기라 혹시 스릴러가 아닌가 싶었지만, 글을 분위기나 문체나 곳곳에 숨겨져 있는 서늘한 기운이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유나라는 여자이다. 딸 하나를 데리고 재혼을 했다. 비온 뒤 말갛게 갠 하늘과 같은 느낌이 드는 여자, 그 여자가 서유나이다. 주인공은 서유나지만 서유나의 시선은 없다. 독자는 철저히 서유나의 주변 인물(현 남편 차은호, 언니인 서재인, 딸인 서지유)의 시선으로 서유나를 바라보게.. 2021. 8. 1. 더셜리클럽 - 박서련 더셜리클럽 / 박서련 민음사 / 리디북스(굿나잇독서) 사랑스러운 책이다. 기본적인 포맷은 러브 스토리지만, 해외, 호주를 배경으로 공동체와 자신, 가족, 친구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러브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셜리클럽에서 매료 되었던 것은 '셜리 클럽'이었다. 이름이 '셜리'이면 가입할 수 있는 클럽이다. 해외에서 '셜리'란 이름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알 수 없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셜리는 우리나라의 말자, 숙자 뭐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한다. 젊은이들 보다 중년 이상 노인들이 클럽에 많은 이유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노인, 특히 할머니가 나오는 소설이 좋다. 서양의 할머니가 주는 이미지-뜨개질을 하며 다정하고 사려깊고 차를 내어주고 좋은 충고를 하고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가 참 좋다. 폴리펙스 .. 2021. 1. 17. 마귀 - 전건우 마귀 / 전건우 고즈넉이엔티 / 예스24(영재 선물) 전건우씨의 마귀는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몇 번을 결제하려다가 말았다. 사실 새로 책을 사기에는 내 리디북스 라이브러리에는 너무 많은 책이 있다. 게다가 리디 셀렉트와 밀리의 서재, 그리고 집에 있는 읽지 않은 책들, 그런데 또 새 책이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상품권에 망설임 없이 구입! 친구가 생일 선물로 책 상품권을 주었다. 우선 친구 영재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친구 덕분에 나는 읽고 싶었던 책을 세 권이나 구입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마귀는 제목과 표지와 안내문구를 보자면, 딱 봐도 오컬트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든다. 프롤로그부터 그러한 설정이 진하게 드러난.. 2020. 11. 29. 바이러스 X - 김진명 바이러스X / 김진명 이타북스 / 리디북스 김진명의 소설은 약 20년전에 읽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처음 읽는 것 같다. 밤을 새면서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기에 바빴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마지막의 통쾌함에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감동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째서 그의 이 소설은 20년 전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을까. 기본적인 골격, 이야기의 구조나 케릭터의 분위기, 발전 모양등이 오래전에 읽은 소설과 크게 다를바 없고 소재만 조금 바뀐 느낌이다. 무엇보다 전형적이고 빤하고 틀에 박혀 케케묵은 주인공 케릭터들이 그렇다. 어쩜.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 시대의 소설 주인공도 이 소설의 주인공들 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개성이 넘쳤다. 마치 심훈의 상록수 주인공들을 보고 있는 듯한 .. 2020. 11. 2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