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11 기꺼이 길을 잃어라 - 로버트 커슨 기꺼이 길을 잃어라 / 로버트 커슨 열음사 / 10004님(감사합니다!) 아빠는 평생 뭔가 흥미로운 것을 만날 때마다 항상 달려가서 해봤단다. 때로는 피가 날 때도 있었지. 너희들도 들어서 잘 알잖니? 또 어떤 때는 그냥 모험으로 끝난 적도 있지.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빠는 늘 행복했단다. 해봐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거든. 다이앤 고모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다쳤던 때처럼 말이야. 아빠는 말이다 자전거를 타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 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고 싶지 않단다. 그건 말이야 부딪히고 다치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은 일이거든. 그렇지? p.159 무기력. 해야 할 일은 산더미고 진행은 더디고. 목표는 저 멀리서 비웃고 있고.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이 짓누르고 있을 때. 러스웰 카페에 .. 2022. 10. 14. 쾌락독서 - 문유석 쾌락독서 / 문유석 문학동네 / 시립도서관 개인주의자로 처음 만나 본 문유석 전판사, 현작가의 책이다. 독서에 관한 책을 읽다가 발견했다. 첫장을 읽는 순간부터, '범상치'않음을 느꼈다. 아, 이거 재미있는 책이겠구나. 재미있는 책이 어떤 책인가. 보통 산문과 에세이는 재미없다. 그럼에도 보는 이유는 뛰어난 사유를 글로 풀어주시는 김훈과 황현산 같은 저자들의 책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면 신경숙이나 이슬아 같이 아름답고 뛰어난 문장을 보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문유석 작가의 책은 두 부류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거기에 위트와 유머가 있다. 예를 들어 신경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언급하며 '레 마눌'을 말했을 때는 현웃이 확 터졌다. 낄낄낄.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보지 못했다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2022. 8. 22. 장면들 - 손석희 장면들 / 손석희 창비 / 리디북스 나는 미디어와 언론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한편 이 책을 통해 사실 누구보다 언론을 믿기 바라고 이 세상에, 무언가 제대로 된 사실을 온전히 전달하는 매체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 많은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가짜 뉴스', '돈이 되는(클릭이 잘 되는) 뉴스' 사람들은 선정적이고 욕망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제목과 단어를 클릭한다. 클릭은 바로 돈과 직결되고 그러한 시스템이 유튜브에, 인터넷에 가짜 뉴스를 찍어내듯 생산해낸다. 돈이 된다면, 그깟 거짓 뉴스로 손해를 보거나 속게 되는 사람들 혹은 거짓 뉴스의 피해자들 따위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당장 벌어내는 돈이 중요하니까. 감.. 2022. 8. 5. 숲속의 자본주의자 - 박혜윤 숲속의 자본주의자 / 박혜윤 다산초당 / 리디북스 나는 여전히 에세이를 읽는 것이 힘들다. 아름다운 문장이 나오거나, 오랜 경험과 사색으로 인한 삶의 무게나 묵직한 통찰을 주거나, 위트있고 유머가 있어 피식피식 웃음을 짓고 유쾌하게 만들거나,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전해주거나, 깊은 감동으로 눈물짓게 만들거나 아니면 그냥 재미있던가.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의 시간을 멈추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야기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방향이고 이해할 수 없을 때는 더더욱. 이 책의 부분적인 챕터에는 제법 공감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저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앞선 여러가지 요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으면서 나와 생각이 다른 에세이를 읽는 것은 매우 고되다. 그럼에도.. 2022. 8. 1. 평일도 인생이니까 - 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 김신지 RHK / 시립도서관 상투적이지만 그 안에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것들 내가 느낀 책의 느낌을 %로 나누자면 이렇다. 10%는 읽기 힘들 정도로 오그라 들었다. 60%는 아 뻔하고 식상하고 재미없다. 20% 괜찮고 흥미롭고 신선하다. 10% 와, 정말 좋다 반짝거린다. 저자의 위트있고 풍성한 시선이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이다. 하지만 어떤 것은 너무 식상하고 상투적이라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하는 현타감이 왔다. '바빠서 나빠지는 사람' 이 특히 그랬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 비슷비슷한 시선과 비슷비슷한 생각. 그 중에서도 뛰어나고 멋진 부분이 있다. 평소에 흘러 넘기는 일상과 소소한 것들을 캐치해서 세심하게 표현하고 한 번 더 생각 하게 만드는 부분. 그러나 그 부분을.. 2021. 6. 27.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이길보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이길보라 문학동네 / 리디북스 독서모임 책이라 읽게 된 에세이다. 독특한 이력의 저자의 프로필이 인상적이다.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인 이길보라는 고등학생 때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로드스쿨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란 다큐를 제작했고 같은 제목의 책도 냈다. 이 책은 그녀가 네델란드로 유학을 가게 된 계기와 배경, 그리고 유학생활을 통해 느끼는 점들을 담았다. 책에서 몇 번이나 언급되었듯이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이 된 나라. 총리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나라. 네델란드는 나에게 자유로움과 폭넓음, 가능성이 가득한 나라였다. 만약 이민을 가게 된다면 네델란드로 가고 싶다 생각했고 네델란드도 다른 유럽.. 2021. 2. 8.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유은정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유은정 21세기북스 / 리디셀렉트 작년에 직장에서 하루종일 켜두던 라디오에서 계속 흘러 나오던 이 책의 광고를 기억한다. 워낙 독특한 제목이고 관심이 가는 제목이라 리디셀렉트에서 발견하자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조금 더 대중적이고 좀 더 현실적으로 위로의 말과 격려 그리고 공감을 해주는 편이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성형수술에 관한 부분이 나오면, 다른 책에서는 성형에 의존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사랑해야 한다- 이런식이라면 이 책에서는 성형 수술에 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없고 그에 대해 불만이 높아 그것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성형 수술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런 정도랄까. 그래서 좀 더 속시원하고 너무 올바르.. 2020. 10. 11.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김영사 / 알라딘 스릴러와 공포 소설을 즐겨 읽고 기독교인인 나는 '죽음'에 관심이 많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겠지만 결국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공포이고 누군가에게는 안식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다음 세상을 향항 통과 의례일수도 있겠다. 과거 죽은자의 집청소가 필요한 죽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시체나 다른 것들은 보지 못했지만(병원에서는 꼭 필요한 가족 이외에는 죽음을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끔찍한 모습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죽임이 남긴 '냄새'만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기름이 섞인 붉은빛이 띈 갈색의 액체에서 나는 형용할 수 없는 독특한 그 냄새. 아무리 씻어도 미끌미끌한 기름기와 코끝에 남는 특유의 냄새는.. 2020. 9. 13.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한수희 웅진지식하우스 / 플라잉북스 플라이북을 신청하고 가장 먼저 도착했던 책이다. 벌써 2년이 훌쩍 넘어 찔끔찔끔 읽다가 최근에 몰아서 끝까지 다 읽었다. 책은 좋다. 진솔하고 깔끔하고 공감이 잘 되는 이야기들은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한 번쯤 스쳐 지나가듯 했던 생각들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화두를 던지며 삶과 관계, 인생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말을 건넨다. 걸어도 걸어도 우리는 작은배처럼 흔들린다. 살아도 살아도 인생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도 마찬가지로 알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걷는 것 뿐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이 책에서 .. 2020. 8. 7. 채링크로스 84번지 - 헬렌 한프 채링크로스 84번지 / 헬렌 한프 궁리 / 소라의 선물 이 책이야 말로 책을 위한, 책에 의한 책이라고 할까. 풍성하고 다양한 책을 소개시켜 주고 있어서 세상은 참으로 넓고 책과 문학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구나 하고 깨닫는다. 책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헬렌과 마크스 서점의 직원들과의 다양한 우정. 2차 세계대전 이후 다른 여러 나라들도 어려운 상황이였구나... 영국도 배급을 하는 정도로 힘든 시절이 있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사실 편지는 간격을 두고 뜨문뜨문 주고 받았고 (특히 초반 1940년대가 뒤에 보다 훨씬 주고 받은 편지들이 많다) 대부분의 대화는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정말 책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우리나라의 문화나 분위기에서는 잘 알 수 없는 혹은 번역된 적이 없는 책들이.. 2020. 7. 24. 엄마는 괜찮아 - 김도윤 엄마는 괜찮아 / 김도윤 아르테 / 아르테 처음 책 소개 문구를 봤을때는 뻔한 신파처럼 눈물 짜내고 뒷끝이 개운치 않은 허접한 책이면 어쩌지 싶었다. 장르가 에세이인데 제목이 엄마는 괜찮아. 하지만 그 문구, 다음 생이 없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그 생마저 내게 줄지 모르니까 엄마의 모성을 강조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강력하고 진부한듯한 표현.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어떤 진실함과 절실함이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까지 내내 눈에는 눈물이 매달려 있었다. 저자의 엄마, 나의 엄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엄마.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과 감정. 엄마에 대한 모든 것들이 공감으로 다가오면서 저자가 겪은 힘든 상황을 정말 가감없이 진솔하게 서술하는데, 문장 .. 2020. 6.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