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인생이니까 / 김신지
RHK / 시립도서관
상투적이지만 그 안에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것들
내가 느낀 책의 느낌을 %로 나누자면 이렇다.
10%는 읽기 힘들 정도로 오그라 들었다.
60%는 아 뻔하고 식상하고 재미없다.
20% 괜찮고 흥미롭고 신선하다.
10% 와, 정말 좋다 반짝거린다.
저자의 위트있고 풍성한 시선이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이다. 하지만 어떤 것은 너무 식상하고 상투적이라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하는 현타감이 왔다. '바빠서 나빠지는 사람' 이 특히 그랬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 비슷비슷한 시선과 비슷비슷한 생각. 그 중에서도 뛰어나고 멋진 부분이 있다. 평소에 흘러 넘기는 일상과 소소한 것들을 캐치해서 세심하게 표현하고 한 번 더 생각 하게 만드는 부분.
그러나 그 부분을 제외하면 평소 생각과 비슷하고 별 다를게 없어서 더 궁금하지 않다. 공감 외에 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 것이다.
에세이도 중(重)에세이를 선호해서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표현한 것 보다는 오랜 사유와 생각으로 쓴 산문을 선호한다. 이 책에도 좋은 문장들이 많지만, 미적으로니 깊이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라는 책에서 저자는 울진 앞바다 앞에서 동해의 젊은 연구원들과 그들의 연구, 그로인해 지식이 순결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 후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는 살아온 날들의 기억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의 쓰레기들이 부끄러웠다.'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확장된다. 미적인 문장들과 촘촘한 관찰, 그로인한 깨달음과 사유. 이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문학이다.
반복되는 일상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P.90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되려는 욕심이지, 좋아하는 일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P.34
작가란 오늘 아침 글을 쓴 사람이다 P.33
다시 일을 시작하고 가장 힘든 부분이 시간 분배다.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다보니 평일의 삶은 항상 시간에 쫓긴다. 그래서 '평일도 인생이니까라'는 제목에 더 끌렸다. 저자는 목적지만을 중심에 두지 말고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무것도 아닌','준비'시간으로 여기지 말고 모든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다소 모호한 결론이고 내가 바라던 시간효율에 대한 답은 없지만 공감은 간다.
매일 욕심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꾸준히 좋아하는 일, 원하는 일을 하다보면 가치있는 평일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평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어나가기 위해 하나씩 쌓는 과정인 평일이 될 수 있다.
경험에도 효율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 한 권을 빠르게 읽어 갖게 된 여분의 시간으로 다음 책을 읽으면 만족할까? 묻다 보면 답은 늘 같은 곳을 가리킨다. 시간은, 경험은, 결코 그렇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P.160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감정이나 삶의 어느 부분에서도 효율적인 경험과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책 한 권을 빠르게 읽어 갖게 된 여분의 시간으로 다음 책을 읽으면 만족할까? 나는 항상 만족해왔다. 완독한 책의 숫자 때문이 아니다. 주말 오후에 느긋하게 앉아 찬찬히 정독하며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이나 걷는 시간에 TTS 듣는 한 단락, 한 페이지의 글도 더 많이 읽게 된다면 매우 효율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고 읽어야 할 책은 너무나도 많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글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비 내리는 날의 여행법' 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를 간다. 하지만 비가 내려 모든 일정이 망가진듯 해 우울하다. 하지만 어떤 하루를 살지에 대한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은 저자와 가족들은 비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여행을 생각하면 비 오는데 깔깔대고 웃으며 사진을 찍던 생각이 먼저 떠올를 정도로.
어딘가에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갔는데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을 하면 된다. 우리는 여행을 하러 온 거니까. P.203
아쉬운 부분도 많고 공감이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10%정도의 반짝거리는 요소, (삶과 생각을 환기 시켜주는)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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