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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정년 아저씨 개조개획 - 카키야 미우

by DORR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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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아저씨 개조개획 / 카키야 미우

소미미디어 / 동두천시립도서관

 

 

이번 달 독서모임 책이다. 

이북도 없고 새 책을 살까 고민하다가 도서관 검색을 하니 대출 가능하다고 해서 오랜만에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았다. 

 

제목부터가 심상치않다. 어쩌면 제목이 전체적인 내용을 다 알려주고 있다. 말 그대로 정년 퇴직한 가부장적인 아저씨가 그 인식을 변화시키며 가족들과의 관계와 자신의 삶 전체가 바뀌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쇼지 쓰네오는 대학을 졸업하고 38년동안 대기업에서 꾸준하게 일을 해오다가 정년 퇴직을 한다. 다른 퇴직자들처럼 TV만 보지 않고 퇴직 후 알찬 삶을 계획한다. 아내 도시코와 해외 여행도 상상한다. 하지만 아내 도시코는 후겐병에 걸렸다. 후겐병이란 낯선 명칭이다. 쓰네오도 그 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찾아본다. 후겐병이란 남편으로 인해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같은 증상을 보이는 병이다. 아, 어쩐지 공감이 간다. 

 

헌신적인 어머니 밑에서 살뜰한 사랑을 받아오고 4남매 중에 유일하게 공부를 잘해 대학까지 가게 된 쓰네오는 모든 여자는 어머니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3살 신화라는 아이는 3살 이전까지는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자라야 한다라는 것을 믿고 있으며 남자는 힘겹게 사회생활하며 뼈가 빠져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아내는 집에서 비교적 편하게 가정을 돌보며 자식을 키워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꼰데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퇴직 후 도시코는 남편을 피한다. 그와 같은 차의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 폐쇄공포증을 겪는다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아들 가즈히로가 며느리 마이가 일을 하게 되면서 손녀 아오이와 손주 렌을 보살펴주는 일을 하게 된다. 남자가 아이를 돌보다니 꼴불견 같다고 생각하지만 떠밀리듯이 손주들을 맡게 된 그의 삶에 변화가 시작된다. 

 

변화는 미미하다. 직접 그 힘든 일들을 경험하면서도 그의 생각은 통 바뀌지를 않는다. 몇 번이나 '어휴ㅡ, 이 구제불능 꼰데 할아버지 같으니라구. 답이 없네, 답이 없어.' 하고 답답해 했다. 남자는 어쩌고 여자는 어쩌고. 

 

중간쯤, 오랜만에 형제들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쓰네오는 어머니가 사실은 그리 헌신적이고 사랑 가득했던 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상상속에 미화되어 있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끔찍하게 생각했고 화를 많이 내고 불같은 분이셨다. 다만 쓰네오가 막내라 다른 형제들에 비해 좀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이 받았던 것 뿐이었다. 

 

돌아오는 길, 그는 오랜만에 콜라를 마시며 시골 고등학생의 청춘과 같은 맛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인식이 바뀌었다. 인식이 바뀐다고 모든 생각이나 행동이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계속 그의 트롤짓은 계속 된다. 그러나 생각은 반대로 하면서도 마이의 기분을 맞춰주고 며느리를 위해 빨래를 하며 된장국도 끓여주는 등 그의 행동은 순차적으로 변해간다. 

 

도시코의 바람대로 친구와 해외여행을 보내고 나서 그는 좀 더 변한다. 혼자 음식을 해 먹고 자신의 입에 맛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반면, 모든 가족의 입맛에 맞는 음식, 보기 좋고 깔끔하게 차려진 음식을 차리는 것이 퍽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는 60이 되어서 자신이 느낀 허무함과 외로움을 아들인 가즈히로에게는 좀 더 빨리 느끼게 하고 싶었다. 해서 며느리 마이와 함께 계획을 해 가즈히로의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아들이 혼자 아이들을 보며 집안일을 하도록 만든다. 아내는 다시 여행을 보내고 자신은 아들이 도움을 청할 때 까지 모른척 한다. 이 계획은 성공적으로 가즈히로는 전과는 다르게 조금 더 집안일을 돕기 시작한다. 

 

어느덧 그의 삶은 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아내의 폐쇄공포증은 좀 더 나아졌고 통 하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게 된다. 딸 유리에와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결혼해서 애를 낳으라는 말을 했지만(물론 그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유리에가 회사에서 살아 남기 위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고 있다. 또한 결혼해서 이혼하게 된다면 집에서 애들은 자신이 봐주겠다고 말한다. 유리에는 이제야 아버지와 이야기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아빠를 존경하고 있어, 회사에서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잖아. 난 고작 12년째인데도 마음속 깊은 속에서부터 지쳐 있으니까. 역시 아빠는 대단해. 나도 가즈히로도 아빠의 꼿꼿한 등을 보며 자랐다고. 그러니까 우리 둘 다 별거 아닌 일들에 무너지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었던 거야. 

 

딸의 말에 쓰네오는 가슴이 뜨거워져오는 감각을 느낀다. 그는 또한 손주들을 돌보며 그들을 좀 더 사랑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귀울을 줄 아는 할아버지가 되어간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쓰네오는 정말 답답하고 말이 안통해 더이상 어떤 대화를 하거나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꼰대 할아버지다. 그러나 그는 직접 육아와 집안일을 경험하고 또한 아내와 며느리와 딸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조금씩 변화한다. 일본의 이야기지만 이 시대의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그래도 쓰네오는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 말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 자신이 문제인가, 고민하고 깨닫고 조금씩이라도 발전해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는 여전히 변하기 전의 쓰네오 같은 사람이 허다하게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철저하게 가부장제의 산물에 군인이기까지 했던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도 쓰네오에 못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나도 여전히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노력한다면 변화가 있지 않을까. 

 

남자는 어떠해야하고 여자는 어떠해야하고, 낙태와 모성애 같은 난감한 이슈와 남혐과 여혐. 이 모든 것들이 쓰네오처럼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면, 조금 더 관대한 마음으로 공감을 해준다면 이 세상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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