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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분노의 포도1 - 존 스타인벡

by DORR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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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1 / 존 스타인벡

민음사 / 리디북스 

 

존 스타인벡은 대표적인 미국의 작가이다. 유명한 미국의 작가로는 피츠제럴드,케루악,샐린저,업다이크,오헨리,포,마크트웨인, 그리고 헤밍웨이가 있다. 미국 작품들은 장르 소설을 주로 읽어와서 문학은 좀 부담스럽다. 사실 '문학' 소설 자체가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장르 소설은 사건에 집중하지만 문학 소설들은 본질에 집중하며 주변의 세세한 것들을 담아낸다. 주변의 세세한 것들은 그들의 생활, 환경, 역사, 주거지, 습관, 언어 등등 이 모든것들이 담겨 있고 서양의 그것도 미국의 과거 모습은 너무나도 낯설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에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고 흡입력이 있다. 존 스타인벡의 경우 어느 책에서 존 업다이크와 함께 미국 문학을 찬양하는 글에서 얼핏 보았다. 이름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둘 다 '존'이란 이름인데 성이 흔하지 않고 세련된 어감을 갖는다. 그러나 분노의 포도 내용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역사와 배경에 무지한 나에게는 미국에 이런 시절이 있었나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부유하고 강대한 국가. 이 글은 1930년대 말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30년대 한국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비참하고 끔찍한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나마 이들은 자유라고 소유하고 있었지만 우리 나라에는 생존권은 물론이고 자신의 신체와 거주, 삶에 대한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으니 참 슬픈일이다. 

 

주인공은 톰과 톰의 가족, 조드 가족이다. 그들은 오클라호마에서 땅을 갖고 농사를 지었지만 대공황 이후로 빚을 지게 되고 은행에게 모든 땅을 넘겨 쫓겨난 상태이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의 농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온 가족이 이주를 계획한다. 이주는 그들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30만의 사람들이 멀고 먼 길을 달려 사막을 건너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사람이 갖고 있는 최후의 분명한 기능, 일하고 싶어 안달하는 몸과 단 한 사람의 욕구 충족 이상의 목적을 위해 창조하고 싶어 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벽을 쌓고, 집을 짓고, 댐을 만들고, 그 벽과 집과 댐 속에 인간 자신의 일부를 넣는다. 그리고 인간 자신이 그 대가로 벽과 집과 댐에게서 뭔가를 빼앗아 온다.

 

이 책은 초반부터 읽기 힘들었다. 장황한 땅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며 톰이 사람을 죽여 감옥에 있다가 풀려나 고향으로 향하는 걸음이 이야기의 출발이다. 과거 목사였던 케이시와 함께 가족들에게 돌아가지만 가족들은 전부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준비중이었다. 그들의 모든 물건들은 헐값에 팔리고, 가까스로 마련한 트럭과 돈을 가지고 온 가족은 떠난다. 

 

그들은 왜 이렇게 가난하고 비참하고 슬플까. 존 스타인벡이 뛰어난 작가여서인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여정과 비참함, 앞에 닥친 희망의 부재는 읽는 내내 너무 힘겨웠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나보낸다. 물이 항상 부족하고 천막 아래에서 자고 그마저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너무나도 생생한 그들의 절규가 거의 100년도 지난 머나먼 이국에까지 울려퍼졌다. 

1권에서는 조드의 가족이 캘리포니아에 막 들어서는데서 이야기가 끝난다. 하지만 음울한 전조는 이미 울려퍼졌다. 그곳에 가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그 끔찍한 곳에서 우리는 오키(오클라호마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무시당하며 경멸당할 것이고 일자리를 아무리 구해봤자 극히 적은 돈만 받고 굶어 주는 아이들이 생길 것이라고. 

 

그나마 작은 위안이 있다면 이주자들의 세상이었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이주자들의 무리 가운데서는 그들의 비참함에는 상상도 못할 따뜻함이 있었다. 그들은 없는 것들을 나누고 격려하고 쉽게 가족이 되었다. 비록 목적지에 도착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짧고도 신비루 같은 유토피아 세계였다. 

 

참으로 읽기 고단한 책이다. 너무나 쉽게 그들의 삶에 감정이 이입되고 만다. 지금 당장 내게 있는 따뜻하고 아늑한 집, 사랑스러운 강아지, 풍성한 음식들이, 당연하고 또 당연한 삶의 터전이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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