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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분노의 포도2 - 존 스타인벡

by DORR 202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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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2 / 존 스타인벡

민음사 / 리디북스 

 

고발조차 할 수 없는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 울음으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다른 모든 성공을 뒤엎어 버리는 실패가 있다. 비옥한 땅, 곧게 자라는 나무들, 튼튼한 줄기, 다 익은 열매. 그런데 펠라그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그냥 죽어 갈 수 밖에 없다. 오렌지가 이윤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검시관들은 사망 증명서에 사인을 영양실조로 적어넣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일부러 식량을 썩히고 있기 때문에(...) 산처럼 쌓인 오렌지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 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간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일행은 후버빌에 도착했다. 후버빌의 사람들은 오키들과 30만명의 일하러 온 이주자들을 경멸했다. 보안관들인 총을 들고 다니며 그들을 압박했다. 할머니의 장례를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들여 형편없이 치르고, 코니는 임신한 로저샨을 버리고 혼자 달아나 버린다. 음식을 만드는 톰의 어머니 곁으로 굶은 아이들이 잔뜩 몰려든다. 

 

톰은 일을 구하려 한다. 도급업자가 나타나 일을 준다고 하자 플로이드란 사람이 묻는다. 정확한 급여를 알려주고 허가증을 보여달라고, 그것을 문서로 만들어 서명해 달라고 한다. 그는 보안관을 데려오고 플로이드를 끌고 가려 한다. 플로이드는 도망가고 보안관은 그를 향해 총을 쏘지만 총은 어느 여인의 손을 맞춰 관절을 날려 버린다. 여전히 플로이드를 쏘려는 보안관을 톰과 케이시 목사가 막고 케이시 목사는 다 자신이 했다고 하며 감옥에 갈테니 가석방 중인 톰은 어서 몸을 피하라고 한다. 

 

그들은 후버빌을 떠나 위원회가 운영하는 천막촌에 정착한다. 그곳은 후버빌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경찰이 올 수 없고 자치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며 평등하게 운영중이었다. 무도회가 열리고 가족끼리 서로 돕고 뜨거운 물도 나오고 빨래를 할 곳도 있고 수세식 화장실까지 잘 마련되어 있었다. 톰이 일자리를 마련했지만 시간당 30센트의 일자리는 농업 조합에 의해 25센트로 변경이 되었다. 사실 그마저도 없었다. 보안관과 조합들은 호시탐탐 천막촌 사람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소동을 벌여 그들을 해치우려 안달이었다. 하지만 그 좋은 곳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톰의 가족들은 다시 그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북쪽의 후퍼 농장에서 복숭아 따는 일을 구할 수 있었다. 한 상자당 5센트였다. 돈을 즉석으로 주지는 않지만 가게에서 외상을 그을 수는 있었다. 가게의 물건은 너무 비샀다. 시내까지 나가는데 필요한 휘발유의 값까지 더해 팔았다. 온 가족이 하루종일 힘들게 일한 돈은 그들의 저녁 값으로 전부 소모되었다.

 

톰은 그곳에서 케이시를 다시 만났다. 케이시도 그곳에서 일을 하다가 파업 중이라고 했다. 그들이 처음 일하러 왔을 때는 5센트를 준다고 해서 왔지만 막상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자 2센트 반으로 삯을 줄였다. 그걸로는 먹고 살 수 없어 항의했다. 하지만 놈들은 그들을 쫓아냈다. 케이시는 톰에게 경고했다. 새로온 사람들 때문에 결국 5센트는 2센트 반이 될 것이다. 좀 더 배고픈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그 가격에도 일을 하겠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파업도 의미 없어진다. 케이시는 고기를 계속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무엇인지,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농장주들은 30만의 노동자를 두려워했다. 그들이 조합을 만들고 혹은 폭동을 일으킬까 무서웠다. 그래서 폭력으로 윽박으로 혹은 더욱 가난하고 힘들게 하여 그들을 몰아세웠다. 

 

그리고 사람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남들이 조금 앞서 있을 때 자기가 조금 뒤처질 수도 있지만 완전히 뒤로 밀려나는 경우는 없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 그래서 그것이 모든 것을 바로 잡는다. 이런 그런 일이 헛수고처럼 보여도 사실은 헛수고가 아니라는 뜻이다.

 

뚱뚱한 한 남자가 빨갱이 자식이라며 케이시를 공격했다. 케이시는 곡괭이 자루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톰은 견디지 못하고 뚱뚱한 남자를 몽둥이로 구타했다. 그 남자는 죽었고 톰은 가족들과 떨어져 숨어 지냈지만 곧 들통나게 되었다.

 

톰은 숨어 지내다가 가족들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는 케이시에 대해, 그가 한 말에 대한 생각을 했고 사람들이 전부 힘을 합쳐서 소리를 지르기 곳에 있겠다고 한다. 

 

케이시가 한 말이 다 기억나는 거에요. 전부 다. 한 번은 케이시가 자기 영혼을 찾으러 광야로 나갔는데, 자기만의 영혼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자기가 커다란 영혼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예요. 광야가 좋은 곳이 아니라는 얘기도 했어요. 자기가 갖고 있는 영혼의 작은 조각은 다른 조각과 합쳐져서 하나가 되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결국 케이시의 말처럼 그들의 품삯은 시간당 2.5센트가 되었고 혹독한 겨울이 지나자 홍수가 그들의 천막으로 범람했다. 비를 피해야 하는 상황에 로저샨은 아이를 출산했다. 죽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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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불길한 전조는 예상보다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참혹할 정도였다. 노아를 비롯한 조드의 세 형제는 모두 흩어진다. 어머니가 강조했던 가족은 그토록 쉽게 흩어지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그 굶주림에 벗어나기 위해 뜻을 모으지 못한다. 그 결과는 더욱 비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그들에게 닥친 불행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안타까웠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에게 거리를 두려고 했다. 불보듯 뻔한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실제로 이보다 더했을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여전히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인권을 유린당하고 굶고 가난하고 질병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100년 전 미국도 이러했을텐데 과거에는 숱하게 그랬을 것이다. 문득 지금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여유로운지 감사드린다. 타인과 비교하면 초라하고 이룬 것 하나 없고 자격지심을 느끼며 부끄러워진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마음 편히 누울 곳,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분노의 포도는 비참한 현실로 이야기가 끝이 나서 아쉬웠다. 분명 미국 사회는 변했다. 사회와 시대가 변하고 기술과 과학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어디서 누군가는 그 발전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인종 차별과 성차별, 각종 불합리에 반발하고 의견을 모으며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 덕에 사회가 조금씩 변해가듯이. 톰이 소리를 내는 일이 앞장섰다면, 분노한 포도가 완전히 익어 수확기에 다달았을 때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고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려지지 않아 섭섭했다. 존 스타인벡은 상황만 이야기하고 확실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케이시를 통해 변화한 톰과 코니와 아이를 잃고 변화한 로저샨을 통해 어렴풋이 윤곽만 그려주었을 뿐이다. 

 

6월달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9월이 끝날쯤에 완독했다. 그만큼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감정적으로 '어렵다'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1930년대의 삶의 터전을 잃고 이동한 이주자들과 그들의 비참한 삶은 과거의 혹은 현재의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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