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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by DORR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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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문학동네 / 리디북스

 

참, 재미있다. 독서모임에서 선정 된 책목록을 살펴보니 2권은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하고 있어서 나머지 두 권은 도서관을 살펴보았다. 한 권이 동네 도서관에 없어서 기님에게 부탁해 미야 도서관에서 빌렸다. 하지만 기님이 그 책을 갖고 오지 않았고 한 주 동안 읽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급하게 리디북스에서 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장바구니에 담아보니 '구매하기'가 없고 '다운로드'만 있다.

 

응?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이미 예전에 구입해 두었던 것이다. 자신의 서재안에 있는 줄 모르고 엄한 곳을 찾았던 것이다. E북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내가 구입한 책을 기억 못한다는. 2018년에 사두었던 책을 읽다가 중단했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 책이 제법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추상적인 개념이 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픽션과 빠른전개의 소설에 최적화 되어있는 독서법에 익숙한 나는 이 책에서도 언급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몆번이나 시도했지만 완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저자가 글을 매우 잘쓰고 개인과 타인과 사회에 대한 성찰과 글 곳곳에 묵직한 진정성이 들어차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은 과분한 행운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나 스스로도 굉장히 개인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편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더라도 개인적 시간의 절대치를 필요로한다. 그럼에도 사람으로 인해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말에 공감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타인과 행복한 관계를 이어가려면 공존과 타협이 필요하다.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주제일 것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내 생각일 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그저 저 별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 자란 인간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을 서로 알게 될 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차이에 대한 인식이 평화로운 공존과 타협의 시작일지 모른다.

 

개인주의자인 '나'의 눈으로 본 세상의 여러 얼굴들이다. 나의 시선이 보편타당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은 개인적인 부분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여러면을 다루고 있다. 나에서 타인으로, 또 사회로.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과정을 보며 저자가 참 똑똑하다 싶었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그 것을 감싸고 있는 나라와 사회, 세상까지. 결국 나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 성숙한 가치상대주의가 내면화 될 떄까지 의식적으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의 미덕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불행한가. OECD 자살율 1위는 어째서 생겨난 것인가에 대해 종종 생각해 봤었다. 내게는 모호하게만 느껴지는 여러 문제들, 뭐 빈부격차나 고립감과 고독감, 집단 따돌림, 채워지지 않는 물질과 욕망 등등, 저자는 그것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려준다. 앞서 적은 여러 문제들이 전근대적 집단주의 안에서 인간을 더 외롭고 슬프고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구나 싶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가만히만 있다보면, 상상보다 훨씬 나빠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스스로 공동구매하지 않으면 강제배급받게 될테니 말이다.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이 없는 것도 반성했다. 여전히 잠시의 반성뿐이고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힘들지 몰라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다보면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는다.

 

저자처럼 올바른 생각과 기치관을 갖고 좀더 노력하는 분들이 법조계를, 정치와 언론을 이끈다면 그가 꿈꾸는 북유럽을 닮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꿈꿔본다. 그러나 현실의 그는 법복을 벗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작가로의 삶이 그를 더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불씨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나는 그가 남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결국은 직시할 문제와 모색할 해결책 두 가지가 있을 뿐 아닐까?

 

*이번 리뷰를 쓰면서 느낀 것인데, 지금껏 내가 써왔던 리뷰는 감상이라기 보다는 요약이라고 할까. 글에 '내'가 빠져 있었다는 느낌? 스토리 요약과 호불호와 느낌 위주로 적어왔는데 이렇게 책과 나를 연결시켜 생각해보고 서평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은 것 같다 :)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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