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작은 기쁨 채집 생활 - 김혜원

by DORR 2022. 4. 6.
728x90

 

작은 기쁨 채집 생활 / 김혜원

인디고(글담) / 밀리의 서재

 

하나가 되는 독서 모임 선정 도서로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굉장히 신박하다. 얼핏 본 표지와 제목에서 뭔가 식물이나 채집에 관한 책인가 하는 1차원적인 생각을 했다.

 

책을 좀 더 들여다보고 제목을 유심히 살펴보자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기쁨 채집 생활. 볼수록 좋은 제목이다. 일상에서 작은 기쁨들을 찾아 좀 더 알차고 행복하게 생활하자. 그런 주제일 것이라고, 공감 가는 내용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지루했다. 재미가 없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엄마네서 돌아오는 길에 기분 좋은 바람과 어둑한 골목의 나른한 가로등, 쏴아아 소리를 내며 손 흔드는 나무 사이로 인적 드문 길을 즐겁게 걸으며 이 책을 TTS로 듣는데......분위기 좋은 주변과 기분에 불협화음이 생겼다.

 

전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는데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무언가 주렁주렁 다는 식이라 늘어진다. 그렇다고 문장력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감성적이지도 않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을 드러내는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쉬웠다. '웃을 일 없는 일상에 굳이 심어둔 작고 귀여운 기쁨'들에 대한 글이라기에는 너무 일기 같은 글이라, 신변잡기 보다는 그 '기쁨'에 좀 더 충실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일기장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저자가 자신에 대해, 자신의 결핍에 대해, 발견되고 싶은 욕망,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고스란히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망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나 노인이 아니고서는 감추는 편이다. 개인의 개성과 욕망보다는 전체의 단합과 이익을 중요시 하는 집단주의가 강조되는 사회라 때때로 그런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도 안되고 말이다.

 

나도 가끔은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내가 갖고 있는 좋은 것, 남들이 칭찬해주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의식도 많이 한다. 이전 굿나잇 독서 멤버들을 만나기로 했을때(코로나로 취소되었지만 ㅠㅠ) 살이 많이 찐 모습에 실망하면 어쩌지 같은 바보같은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잠시뿐이다. 어느 순간 알아지는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남들에게 보이는 것 보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가끔 눈 앞에 부딪히는 혹독한 현실을 깨닫고 휘청거리기도 하지만, 그 휘청거림과 넘어짐, 다시 일어남도 결국은 스스로 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인 것이다. (정도를 벗어난 견디기 힘든 시련이 닥쳤을 때는 예외이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열정에 나오는 문구를 다시 떠올린다.

결국 세상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우리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만이 중요하네.

산도르 마라이 '열정'

최근 읽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들이 가졌다고 나도 다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써놓은 성공 방정식을 내가 풀 필요가 없다.

그저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

그게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다.

 

기쁨도 만족도 행복도 결국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 같다. 작은 기쁨을 채집하기 위한 도구를 우리 안에 잘 관리해두어야 기쁨이 기쁨인 줄 알고 행복이 행복인 줄 깨달을 수 있다.

 

아쉽게도 전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어 밑줄을 거의 치지 못했는데 나에게 꼭 필요한 문구가 있어서 빌려온다.

통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내게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 쓰레기를 써야겠다. 쓰레기라도 써야겠다. 하는.

쓰레기를 쓰겠어! 라고 결심하니 써지긴 써진다. 매일 다짐해야겠다. 쓰레기를 쓰겠어!

작은기쁨 채집생활/이혜원 : 잘돼가?무엇이든/ 이경미

'나와 합이 잘 맞는 장소를 찾는 법' 이라는 글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은 나와 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열심히 채집하듯이(?) 좋은 책을 찾아 살피셨을 밍블님을 생각하니 어쩐지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각자 가치관과 주관이 다르기도 하고 솔직히 쓰는 편이 더 낫다 싶었다. 내게는 최상의 책이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책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이 글을 못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심하고 섬세한 분 같던데 상처를 받으실까 걱정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