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 손석희
창비 / 리디북스

나는 미디어와 언론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한편 이 책을 통해 사실 누구보다 언론을 믿기 바라고 이 세상에, 무언가 제대로 된 사실을 온전히 전달하는 매체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 많은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가짜 뉴스', '돈이 되는(클릭이 잘 되는) 뉴스'
사람들은 선정적이고 욕망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제목과 단어를 클릭한다. 클릭은 바로 돈과 직결되고 그러한 시스템이 유튜브에, 인터넷에 가짜 뉴스를 찍어내듯 생산해낸다. 돈이 된다면, 그깟 거짓 뉴스로 손해를 보거나 속게 되는 사람들 혹은 거짓 뉴스의 피해자들 따위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당장 벌어내는 돈이 중요하니까. 감옥에서 몇 개월 혹은 몇 년 살아도 내 통장에 돈이 넉넉하게 들어와 있다면 그걸로 괜찮은 거 아닌가. 기저에 깔린 맹목적인 자본주의는 돈 앞에 윤리도, 법령도, 신뢰도...기본적인 규칙부터 우리 사이에 좋은 여러가지 미덕을 파괴하며 욕망을 키워왔다.
이 책에서는 저자 손석희가 아나운서로 저널리스트로 살아오면서 치열하게 지키고자 했던 가치에 대한 투쟁을 그린 책이다. 이렇게 말하자면 거창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JTBC와 뉴스룸에 집중되어 있고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겪게 된 온갖 어려움과 고난, 떄로는 가벼운 에피소드와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만일 그가 쉽게, 편하게, 지시에 따라 일을 진행하였다면 굳이 이 책을 볼만하다고 생각치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권력과 거짓과 맞서싸우며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여러가지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어느 순간 사회 관련 뉴스는 답답하고 허망하고 속이 쓰려 넘겨버린다. 특히 정치권 뉴스는 암담하기 그지없다. 유일하게 보는 섹션은 경제 관련 뉴스 뿐이다. 답답한 사회 문제들도 문제지만, 그것을 왜곡하고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게 보도하는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기사들도 수없이 많다. 연예인 SNS, 사진들로 온갖 미사여구 붙여가며 날림으로 써댄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중시하는 어젠다(ajenda : 사전적 의미 모여서 서로 의논하거나 연구할 사항이나 주제.) 키핑에 대한 의지는 언론이나 미디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존경스럽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매 시각마다 무엇보다 빠르고 스쳐 지나가는, 뉴스에서 한 가지 주제를 오랜 시간에 걸쳐 보도한다는 점은, 책에서 설명하듯 여러가지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것은 언론인들도 그것을 보는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공감할 부분이다. 그러나 세월호에 대한 다큐를 제작한다는 김솔지 감독처럼, 한 주제에 끊임없이 천착하여 잊지 말아야 할 것, 중요한 가치들을 깨닫게 하고 되새기는 그런 고되고 힘든 작업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사회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미디어의 문제점은 이 책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났다. 경제 뉴스만 보는 나에게 '손석희'는 불륜 사건과 폭행 사건으로 뉴스룸을 떠난 언론인으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러니까 미디어와 저널리즘에 대해 이토록 오랫시간 신념을 지켜온 사람이 정말로 그랬을까? 물론 사람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의심이 들어 유튜브로 관련 뉴스를 찾아보았다.
상단에 떠 있는 뉴스들은 대부분 손석희 불륜, 폭행에 관한 의문 제기를 하는 뉴스들이었다. 그래서였다. 내가 아직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은. 하지만 잘 찾아볼수록(어째서 '사실'에 혹은 '진실'에 관련된 뉴스들은 잘 찾아봐야 보이는 것일까) 관련 불륜(여자 동승자 이슈)과 폭행(녹취록을 들어보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ㅋㅋ 작정하고 폭행으로 몰아가기 위한 억지스러움을 그것을 아무 편견 없이 듣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 같다)은 비상식적인 사건이었다. 법적으로도 이미 소송이 끝나고 해당 가해자는 이미 공갈미수 혐의로 징역 6개월 형을 살고 나왔다.(심지어 대법원까지 갔었는데 똑같은 형량이 나왔다)
장면들은 지금까지 불신하던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진위여부를 다시 한 번 의심하게 했으며, 그래도 누군가는 치열하게 '진짜 뉴스'의 전달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진짜와 가짜를 구분짓고 어느 것을 믿을지는 그것을 보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있다. 치열하게 자신의 신념과 진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독자들도 가짜와 진짜를 분별할 줄 아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불안정한 것이나
흔들리고, 방황하며 실패할지라도,
그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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