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얼굴의 여우 / 미쓰다 신조
비채 / 리디북스
미쓰다 신조의 책이고 책 표지나 제목, 분위기가 공포 소설인 줄 알았는데, 도조 겐야 시리즈 같은 추리물이었다.
주인공인 모토로이 하타야는 2차 대전 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강제 징용으로 탄광에서 많은 조선인들이 죽었고 그러한 탄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명문 건국대학을 졸업한 하타야는 발길이 닿는 곳으로 이동하다가 건국 대학이 있던 만주국의 석양과 비슷한 작은 게쓰네라는 작은 기차역에서 내린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걸고, 그는 악독한 가혹한 '야마'로 일꾼을 데려가기 위한 모집꾼이었다. 곧 누군가 하타야를 아는 척 하며 그를 도와주었고 그의 이름은 아이자토 미노루라고 하였다. 그는 과거의 알던 정남선이라는 조선인이 생각나서 하타야를 도와주었다고 한다. 과거 야마구치 현의 탄광회사에서 노동보도원으로 일했던 아이자토는 자신이 소집한 청년, 정남선과 가까워졌지만 그는 결국 끔찍한 탄광에서 목숨을 잃었다. 현대 일본과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을 하던 하타야는 아이자토와 함께 탄광부가 되기로 한다.
여러 날을 그곳에서 지내며 같은 방을 사용하는 아이자토와도 가까워진 하타야는 다른 사람들과도 가까워진다. 야먀의 경험이 풍부한 난게쓰와도 가까워지는데 그가 말하는 야마에서 겪은 기묘한 일 중 하나를 듣는다. 탄광에서 여우 가면을 쓰고 있던 젊은 여자를 만나고 엄청난 미인인 그녀와 일하면서 소득도 크게 올리고 남녀관계가 된다. 그러나 여자의 맨 몸에서 자꾸만 새로운 검은 점을 발견하게 되던 난게쓰는 탄광에서 낯선 여자를 만난 총각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결국 그들이 갱내에서 사라졌다고 듣게 되었다. 난게쓰는 두려워져 일하던 갱에서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그 곳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자토가 일하던 갱에서 낙반 사고가 발생하면서 모두 갱 밖으로 나왔지만 아이자토만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의 시체는 무너진 돌들에 의해 완전히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망가져 있었다. 이후, 기도라는 남자의 숙소에 검은 여우가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마사코 외 아이들의 말에 따라 그 곳으로 들어간 하타야는 기묘하게 자살한 듯 죽어 있던 기도를 발견한다. 이후 잇달아 기타다도 기도와 마찬가지로 여우를 섬기는 신당의 금줄로 살해되었다. 곧 니와도 살해당하고 노무과장인 스이모리도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하타야는 아이자토 또한 사고가 아닌 살해를 당한 것이고 이 모든 사건이 연쇄 살인 사건이라고 여기게 된다.
스이모리가 도망간 뒤, 정남선의 일지가 발견되고 하타야는 이 모든 사건이 정남선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포일러 :
결국 범인은 죽은 줄 알았던 아이자토 였으며 또다시 반전은 아이자토가 지금껏 정남선이였으며 아이자토 행세를 한 것이였다는 점이다. #
도조 겐야 시리즈는 미쓰다 진조 특유의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운 묘사와 토속적인 민간 신앙이 어우러져 무섭지만 결국은 탐정 소설이다. 사실 검은 얼굴의 여우란 제목을 보았을 때, 미쓰다 신조의 다른 공포 소설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주인공의 새로운 시리즈라니 놀랐다.
이 이야기는 제법 묵직하게 2차 대전 전후의 일본 탄광 노동자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시대와 탄광이라는 배경을 갖다 보니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비참한 삶 또한 다루고 있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전혀 다를 수 있지만, 미쓰다 신조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의 일본의 불가피한 선택들에 대한 변호를 하고 있지만 (지휘층과 일부 지배 계층의 선택으로 인해 대부분의 일반인들 또한 전쟁의 피해자라는 입장) 기본적으로 강제 징용으로 인한 비극을 이 사건을 통해서도 처참히 드러내며 자신이 말하고픈 바를 알리고 있다.
안그래도 요즘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본 작가이다. 새로운 추리 소설 시리즈를 소개하는데 묵직하고도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강제 징용 된 조선인과 함께 일하던 탄광을 배경으로 하타야의 첫 시리즈가 반갑기도 하고 용기가 있다고 말하고도 싶다. 하지만 탄광+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내내 무거운 분위기와 하타야의 과거, 아이자토의 과거등의 서술 부분이 다소 지루하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난게쓰의 검은 여우 여자 이야기와 마지막 가서 추리를 하며 범인을 밝히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도조 겐야 시리즈도 그렇고, 이번의 하타야 시리즈도 그렇고 미쓰다 신조 특유의 공포 소설도 그렇고, 항상 신작을 기대하는 작가임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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