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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 미스터리,스릴러,추리,공포

양들의 침묵 - 토머스 해리스

by DORR 2020.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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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 토머스 해리스

나무의 철학 / 예스24북클럽

 

 

양들의 침묵을 읽고 영화도 다시 보았다. 과거에 영화를 재미있고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그 느낌만 남아 있고 내용이나 다른 부분은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남아 있었다. 안소니 홉킨스의 무시무시한 모습이라던가 조디 포스터의 지적인 모습이라던가. 

 

다시 만난 양들의 침묵은 뭐랄까.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 보다 좀 더 치밀하고 심리적이고 밀도가 높았다. 

 

빠르고 정신없이 사건이 일어나고 수사하고 범인을 숨가쁘게 쫓고, 그러한 일련의 스릴러의 형식이 아닌데도 숨이 막히고 긴장되고 궁금하다. 재미있고 또 매력적이다. 

 

절대악이라고 할 수 있는 한니발 렉터. 하지만 몇 년전에 보았던 한니발 라이징 영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충격적이었다. 순수한 천재가 얼마나 빠르고 끔찍하게 악에 물들어 갈 수 있는지, 몇 배나 더 괴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해서 그를 악마로 만든 사건은 지금껏 본 어느 장면보다 끔찍했다. 

 

살가죽이 벗겨진 채 유기된 젊은 여성의 시신 여섯 구에서 검은마녀나방이 발견된다. 이 연쇄 살인 사건에 투입된 FBI 연수생 클라리스 스탈링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볼티모어 주립 정신질환 범죄자 수감소로 향한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니발 렉터’의 감방. 아홉 명을 살해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는 그로테스크한 행동으로 수감된 그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다. 스탈링은 그와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며 연쇄 살인 사건의 진실에 서서히 가까워진다.

 

사실 소설 속 주된 사건은 '버팔로 빌' 사건이다. 여자가 되고 싶어 여성을 붙잡아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버팔로 빌과 그가 키우던 나방. 그리고 그 사건을 뒤쫓는 클라리스. 

 

클라리스와 한니발의 만남 속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두 사람이 마지막 만나던 장면일 것이다. 시간은 촉박하고 클라리스는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니발은 그녀에게 말-한나와 도망간 이야기를 해주길 원한다. 그녀는 몬태나주의 사촌 이모집에서 도망간 날 밤의 이야기를 건넨다. 

 

번역 된 글인데도 한니발 렉터 박사의 말투나 차분한 목소리가 한국어로 들려 오는 것 같다.  귀족이었던 배경 때문인지 아니면 워낙 지적이고 심리학에 뛰어나서인지 그가 쓰는 단어나 문장도 매우 고상하다. 원문으로 읽을 수 있었다면 그런 느낌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안소니 홉킨스의 모습까지 덮여지면 끔찍한 사이코패스 식인살인마인 그 케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잠에서 깼는데 양들이 울고 있었어요. 저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고 양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죠.

 

/

 

하지만 클라리스, 당신이 보게 될 지하 감옥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앞으로 수 차례 보게 될 것이고 당신이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양들은 한동안 축복처럼 침묵하겠지. 양들의 울음소리는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고, 그 울음은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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