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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by DORR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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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문학동네 / 리디북스

 

 

구입 자체는 꽤 오래전에 (책이 초판 발매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구입한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읽었다.

리디북스 내서재에 있는 한국 소설을 털어내기로 마음 먹고 구입한 순서대로 읽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읽게 된 한국 소설이다.

 

이후 엄청나게 유명해지고 알려져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원작 영화와 원작 소설이 있을 경우, 무조건 원작 소설부터 읽고 영화를 본다는 내 원칙에 따라 영화를 볼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꾹꾹 참았다. 이렇게 금방 읽힐줄 알았으면 진작 읽었을걸(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한 편의 완벽한 스릴러 소설을 보는 기분이었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가득하고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연쇄살인범(나이가 70이라 25년전에 은퇴(?) 했다)이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살인범을 쫓는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있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살인자, 주인공 김병수의 기록에 의존한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후 과거의 기억은 생생한데 비해 현재와 미래(무엇을 하겠다는)의 기억을 자꾸만 잊어버리는 그는 녹음기와 기록에 의존한다. 마지막 살인을 벌인 후 그녀의 딸 은희를 자신의 딸처럼 키우고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자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님을 알고 둘 사이는 서먹해진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자신의 딸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던 중 박주태를 알게 되는데,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박주태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알아차린다. 그의 지프 트렁크에서 피를 발견한 뒤 신분을 감추고 경찰에 신고도 해보지만 박주태는 김병수의 곁에 머무르고 어느덧 은희와 가까워져 은희는 그와 결혼을 하고 싶다며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은희는 김병수에게 치매 요양원에서 지내라고 권유한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고 자신이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잊어버리고 자신이 방금 만났던 사람을 전부 잊어버린다. 자주 경찰서에서 정신이 들어오곤 했다. 안형사라는 형사가 경찰대 학생들과 함께 그를 찾아왔다. 그는 오래된 범죄 사건을 쫓고 있었다. 바로 김병수가 살해한 사건들이었다.

 

박주태와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 되고 있을 무렵, 은희가 사라진다. 그리고 여자의 잘려진 팔도 발견된다. 그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지만 자신이 어딘가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의 기록에는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적혀있다. 그는 박주태를 살인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고 드디어 준비를 마쳤지만 그 모든 기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박주태도 사라지고 은희도 사라졌다.

 

그리고 경찰이 그를 찾아왔다. 수색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집 마당에서 어린 아이의 유골이 발견된다. 그의 기억에는 전혀 없는 일이다.

 

*스포일러*

 

경찰들은 은희가 살해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희는 김병수의 딸이 아니라 치매 요양원의 요양보호사였다고 한다. 박주태란 인물은 그가 안형사라고 믿고 있던 그 형사였다. 그의 마당과 그의 대숲에서는 계속해서 시체들이 발견되었다. 그는 오래전 사건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기억하며 범행을 자백했지만, 요양 보호사라는 은희와 사고에 대한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가 기록하고 녹음한 모든 것까지도 전부 확실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모든 기억을 잃어간다.

 

*스포일러*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전부 읽고 나자 뒤통수를 얻어 맞은듯 얼얼하다. 김병수에게 아니 김영하 작가에게 제대로 당한 듯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그 얼얼함은 즐거웠다. 이 잘 짜여진 이야기의 판 안에서 조금도 예상 못한 결말이라 그 얼얼함에 그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즐거움만은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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