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 앵거스 플레처
비잉 / 리디북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문학은 항상 필요했다. 우리에게 공감할 능력을 주고 상상할 수 있게 해주고 현실을 잊게 해주거나 직시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왜 '지금' 문학이 필요한가? 어떤면에서 필요한가?
진실의 힘이 무엇이든, 문학 자체의 특별한 힘은 항상 허구에, 우리가 고안한 경이에 놓여있다.
우리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바로 그 발명품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과 평화와 사랑을 안겨주는 것도 그 발명품이다.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두에 던진다. 흥미로울만한 에피소드와 함께 저자나 문학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중심이 되는 문학의 배경과 저자의 이야기에 빠진다. 또한 확장된 이론 혹은 주제를 설명하고 발전함과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음에는 그 영향이 뇌과학적으로 어떠한지, 다음에는 비슷한 다른 책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마지막 25장의 테마는 '외로움을 달래라'이다. 이 테마의 책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와 마리오 푸조의 '대부'이다. 그런데 시작은 오르페우스로 시작한다. 에우리디케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슬퍼하며 시에 멜로디를 붙여 눈물을 자아냈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일 자제리노는 에우리디케를 위한 비극적 애가에 음악을 주입했고 이 '작품'은 '오페라'-작품의 이탈리아어가 오페라라고 한다-가 되었다. 오페라의 혁신은 두 번째 음을 추가해 아리아와 합창으로 불협화음-지나치지 않고 용인할 만한-을 냈고 음악을 이용해 갈등의 스토리를 조성했다. 몬테베르디는 일 자제리노의 혁신을 취한 뒤 생소한 음악적 충돌과 이상하게 안 맞는 가락을 더 추가했다. 관객들은 움찔하다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전에 없이 이야기와 끈끈하게 연결된다고 느꼈다.
음악은 우리와 예전부터 친근했다. 음악적 하모니의 근사한 소리가 뇌의 미상핵을 자극해서 측좌핵에 있는 도파민 뉴런을 발사하면 신경화학적 감미료가 분출되면서 우리 뇌는 음악과 친구가 된다. 하지만 똑같은 하모니를 계속 들려준다고 도파민 감미료를 더 분비하지 않는다. 지루해하면서 분비를 멈춘다. 음악적 불협화음으로 하모니가 지연될 때 하모니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진다. 그러다 마침내 하모니가 도래하면 뉴런이 일제히 발화하면, 우리 뇌는 도파민 활홀경에 빠져 그 음악과 끈끈하게 맺어지게 된다. 이 몬테베르디의 오페라의 유대감은 무대에서 인쇄된 페이지로 옮겨 고독한 마음에 음악같은 위로를 선사할 수 있었다.
영국인 토머스 페켓 프레스트는 <페니 드레드풀>란 빅토리아 시대의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편 로맨스물, 초자연적 공포물, 진짜 범죄물을 제공했다. 그는 그곳에 '뱀파이어 바니'란 작품은 연재한다. 뮤지컬 기법에서 책으로 옮겨진 불협화음으로 인한 갈등과 갈등이 끝나고 오싹한 해결 화음이 등장하는 방식은 독자의 뇌에 미상핵이 한껏 흥분되었다가 길고 달콤한 도파민 분출로 보상되었다. 대중적 스토리텔링의 돌파구가 열렸다. '뱀파이어 바니'는 새로운 심리적 방식으로 독자와 친구처럼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대부'와 친해지면, 일단 외로움을 물리칠 수 있다. 외로움은 불면과 슬픔과 짜증을 유발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우리 뇌는 집단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면, 긴장을 다 풀지 않는 식으로 자신을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다행이 이러한 고독의 위험한 효과를 문학으로 낮출 수 있다. 책과 연결되면, 혼자라는 기분을 덜 수 있다.
페렌테의 소설은 우리를 엘레나와 릴라처럼 끈끈한 우정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간단한 방법을 동원한다. 아이의 관점에서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년기 관점은 불협화음의 강도와 감정 범위를 증가시켜, 소설에 대한 우리의 도파민 유대감을 더 깊고 끈끈하게 만든다.
다양한 책들과 비슷한 유형의 발전, 혁신, 돌파구 그리고 그에 따란 뇌과학, 비슷한 부류의 책들의 묶어 소개.
저자는 이런식의 반복된 패턴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용기, 분노, 호기심, 상실, 치유등등의 여러가지 주제로 문학작품들을 소개하며 그 문학작품들이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실제로 우리의 삶에, 혹은 기분과 생각에 영향을 미쳤는지 심리학적으로 또 뇌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어휴. 사실 이 책이 쏟아내는 모든 지식과 이야기들을 따라가기 버겁다.(뇌과학분야의 '증축두회'나 '현출성 네트워크' 같은 단어가 나오면 멈칫하게 된다) 처음부터 어렵게 느껴졌고 다 읽고 나서도 뭔가 좋은 거 같은데 어떻게 좋은지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없다고 할까. 그래서 가장 좋았던 발췌문을 하나 남겨 마무리 해본다.
책과 연결되면, 혼자라는 기분을 덜 수 있다. 우리 옆에 아무도 없다 해도, 서술자의 목소리나 캐릭터들의 삶에 감정적으로 연결되면 우리 뇌는 친한 사람과 함께 있다고 느껴 비정상적 코르티솔 분비에 기여하는 심리적 괴로움을 한결 덜어낸다. 특히 펄프 픽션을 읽으면, 문학과 맺는 유대감의 혜택을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전 세계 도서관에 빽빽하게 꽂힌 모험 소설과 탐정 소설, 로맨스 소설은 부분 도파민을 교묘하게 사용해 우리 뇌와 연결되고, 현실의 친구들이 문을 노크할 때까지 우리를 어떻게든 살아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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