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 미셸 오바마
웅진지식하우스 / 시립도서관

When they go low, we go high
독서모임 책이다. 자서전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미셸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퍼스트 레이디로 유명하다. 이 책으로 미국 대통령의 삶과 영부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비셸 오바마는 글을 굉장히 잘 쓴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출신의 아프리카계 아메리칸 여성과 나 사이의 간극은 어마어마하게 멀다. 그 간극을 뚫고 울리는 진실한 감정과 주장이 책을 통해 전해져왔다.
이 책은 3개의 챕터로 구분한다. 나, 너, 우리의 챕터는 딱 적절한 분배와 그에 걸맞는 내용을 담는다. 이런 분배와 분량까지도 참 영리한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나, 챕터에서는 미셸 오바마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담았다. 건강하고 화목했던 가족 중심의 어린 시절. 그녀의 부모님은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그녀의 아버지, 프레이저 로빈슨은 시카고 시의 상수도 기사원이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충실하면서 자신의 일에도 철저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등장한 인물 중 그에게 가장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버지는 가족 뿐 아니라 회사에도 충직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에게 결근은 항복을 뜻했다. (...)
아버지의 완고함은 켜켜이 쌓인 자긍심 밑에 깔린것이었기 때문에,
거기에다 대고 화내기란 불가능했다. 아버지의 결심을 포기시킬 방법이란 없었다.
그녀의 인간적인 부분이 강조되어서 그렇지, 사실 그녀는 엄청난 엘리트이다. 우리 나라로 치면 연세대 나와서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해 상위 로펌에 가입한 초엘리트인 것이다. 그런 그녀의 인격, 노력, 성실성을 모두 물려준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다. 화목하고 사랑으로 가득찬 분위기. 서로 믿고 신뢰하며 존경할만한 가족 구성원.
아버지는 남들에게 반석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했다. 몸으로는 도울 수 없어도 감정적, 지적 조언과 지지를 건네는 일을 좋아했다. p.56
아버지에게 시간이란 타인에게 베푸는 선물이었다. p.57 |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부모님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나에게 기대를 많이 거셨는데 그런 기대가 때로는 독이 되기도 했다. 항상 모범생처럼 행동했던 나에게 자꾸만 균열이 생겨났다. 그 균열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방황을 야기시켰다. 병에 의해 몸이 약해지고 의지력이 줄어가며 점점 무너지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시리다. 아버지도 사람이니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레이저 로빈슨은 죽기 전까지 흔들림없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갔다. 그런 유전적이고 기질과 모범적인 환경이 그녀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거라 생각한다.
그녀는 노력한다. 흑인 사회의 벽은 항상 그녀의 앞길에 무거운 무언가였지만, 그녀는 훌륭히 넘어선다.
농구는 동네의 누가 어떤 인간이고 무엇이 어떻다더라 하는 갖가지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도 도움이 되었고, 그럼으로써-아버지가 신조로 여겨온 생각인데-사람들 대부분은 우리가 정중하게 대하기만 한다면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라는 가설을 지지해주었다. p.43
사실은 한눈파는일 없이 성취에 집중하고 할 일 목록을 하나씩 처리하는 데 열중하면서, 마치 정체를 숨긴 CEO처럼 살았다. (...) 늘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을까? 의심하고 스스로에게 드 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여자아이의 삶이었다. p.127 흑인 사회에는 오래된 금언이 하나 있다.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잘해야 절반이라도 인정 받는다. p.391 |
두 번째 챕터는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고 하버드 로스쿨 이후 변호사가 된 미셸의 삶을 보여준다. 버락과 만나 결혼한 뒤 아이를 낳고 그의 정치 생활과 자신의 삶과 일에 균형을 맞추며 애쓰는 모습이 드러난다. 그런 미셸의 갈등과 성실함이 책 전반에 걸쳐 굉장히 솔직하게 나타난다. 몇 번이나 울컥했다. 그녀가 보여준 진실된 마음이 마음 한 구석을 자꾸만 건드렸다.
세 번째 챕터에 와서 버락 오바마는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 그녀는 노력하고 애를 써봤지만 여러 어려움들이 닥쳐온다.
내가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규정하지 않으면, 남들이 얼른 나 대신 나를 부정확하게 규정한다.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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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첫번째 아프리카계 아메리컨 대통령을 환영하는 만큼 증오했다. '성난 흑인 여자', '테러리스트'(버락 오마바와 주먹을 마주 치는 제스처를 통해)라고 불렀다. 왜곡된 시선에 맞서 싸우며 그녀는 지쳐갔다. 그러나 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갔다. 시간이 지나가자 그녀의 이미지는 좋은쪽으로 바뀌었다.
주변에는 좋은 친구들도 많았다. 탁월한 그녀의 팀이 쭉 그녀와 함께 했고 그들은 미셸이 퍼스트 레이디 자리에서 내려온 후, 비커밍 책을 출간하고 출간 기념 투어를 할 때도 함께 했다. 주변 사람들을 모두 소중히 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2016년,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를 깍아 내리며 선거 유세를 하던 시절, 그녀는 그 유명한 연설을 한다.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저 문장으로 그녀는 '품위'의 대명사가 되었다. 버락 오바마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집계되었고, 정치 권유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책에서 밝혔듯이, 혹은 그녀의 책을 다 읽은사람이라면 모두가 느꼈듯이 그녀는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확실하게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그녀와 버락 오바마는 오바마 재단을 통해 지역 사회 발전, 세계의 문제와 변화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애쓰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나오지만, 젊은 사람들을 교육하고 좋은 기회를 통해 세계에서 각자 필요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도록, 그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 자신의 일을 해내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미셸 오바마의 아버지 프레이저 로빈슨과 그녀의 어린 시절에 끌렸던 것은 내가 지금 '그 부분'에 가장 관심이 있어서 일 것이다. 하루하루 성실하고 알찬 삶을 사는 것. 어느 순간,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며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을 하고 아는 것과 다르게 실천은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실패를 거듭하며 작심삼일을 이어가고 있다. 작심삼일 실패하면 또 다시 작심삼일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쭉 하다보면 무언가 바뀔수도 있지 않을까. 타고나게 성실한 사람들이 부럽다. 하지만 타고나지 않은 성실성을 노력으로 꾸려간다면 그것 또한 큰 성취요 삶의 축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느낀 미셸 오바마의 품위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좋은 것이라면 소중히 여기고 나쁜 것이라면 이겨내고 역경을 극복하여 이루어낸 성실함이 아닐까 싶다. 그런 삶의 바탕 위에 남을 배려하고, 자신과 너를 넘어서 우리라는 공동체로 관심을 확대하여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그녀를 더욱 아름답고 품위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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