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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 미스터리,스릴러,추리,공포

라일락 붉게 피던 집 - 송시우

by DORR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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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붉게 피던 집 / 송시우

시공사 / 리디셀렉트 

 

 

 

대나무가 우는 섬에 이은 송시우의 데뷔 작품이다. 모르겠다. 여러모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아닌데도 뭔가 깊이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저자이다. 데나무가 우는 섬에 이어 이 소설도 사건의 뒤쪽에 등장하는 어둡고 음습한 범죄가 뭉근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굉장히 마음에 든다. 어느 부분이냐고 하면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겠지만, 적절히 표현할만한 한 단어를 떠올린다면 깔끔하다이다. 군더더기 없이 내용이 깔끔하다. 쓰잘데기 없는 긴 설명과 서사가 없이 본론에만 충실한 텍스트이다. 이번 작품은 7,8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유년 기행과 누군가에게는 안락하고 따뜻한 추억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을 어둡게 짓누르는 고통이 됨을 보여준다. 

 

현수빈은 강의와 책도 출간한 유명한 대중문화평론가이다. 최근 자신의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서울시 은평구의 다세대 주택에 관한 추억을 '유년 기행' 이란 이름으로 시리즈로 기고하고 있다. 따뜻하고 정겨운 그 시절의 기억들에 같은 7080세대에게서 많은 호흥을 받고 인기가 많다. 신문사에서도 더 늘여서 책으로 출간하자는 제의도 있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살았던 그 라일락 피던 집은 한 방안에 네 식구가 다 같이 살고 현재 그녀의 연인인 박우돌 또한 그 당시 별채에서 살았던 과일 장수 가족의 아들이었다. 

 

유년 기행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 당시 안방에서 살고 있던 자신들의 가족과 그 옆의 건너방에 살던 세 언니들, 문간방의 영달이 오빠, 별채 바깥쪽방의 과일 장수, 별채 안쪽방의 신혼부부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그들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하지만 그녀가 그려낸 유년 기행의 모습과 실제 현실은 달랐다. 세월의 흐름에 의해 변색된 기억,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르게 기억하고 있고 당시 너무도 어렸던 그녀는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의 연인인 박우돌의 기억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형사, 조영달의 죽음을 수사하던 은퇴한 고영두가 찾아와 조영달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살인라고 알리며 그녀는 어린 시절 이 사건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박우돌은 이 모든 것을 그만하자고 하며 두 사람 사이에는 다툼이 일어난다. 

 

****스포일러****

 

서로 너무 나도 사랑하고 아름답게 포장 되었던 신혼부부는 사실 외사촌 남매 사이로 그 사실에 짓눌렸던 신랑은 세 언니들 중 긴머리 언니였던 황미자와 바람을 피웠다. 그녀는 옥자(신혼부부 아내)를 굉장히 질투했고 미워했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남편을 쫓아냈던 옥자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을 쫓아 갑자기 집을 비우고 떠난다. 황미자는 새댁을 죽이기로 결심했고 연탄불을 피웠으나 새벽에 떠난 순자 대신 별채 안쪽방으로 방을 옮겼던 영달이 죽었다. 경상도 언니 임계숙은 옥자의 고향 동향이었고 그녀가 외사촌과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내내 협박했다. 그리고 현수빈을 통해 이름도 순자로 바꾸고 큰 식당으로 부자가 된 그녀를 다시 찾아가 협박을 다시 시작했다. 옥자는 또한 조영달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온갖 나쁜짓을 저지르고도 검사인 형의 빽으로 모든 것을 무마시켰던 조영달은 어린 우돌과 우영을 데려다가 못된 짓을 하고 있었다. 옥자는 그것을 알고도 무서워 모른척 했고 떠나기 전 편지를 남겼지만 그것은 집주인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

 

달콤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덮여진 진실은 추잡하고 끔찍했다. 우돌은 자신이 겪은 과거의 모든 기억을 덮고 싶었지만 그것을 파헤치는 수빈이 끔찍했을 것이다. 이미 순자의 아들 의철과 관계를 맺은 수빈과 우돌의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모든것을 완전히 마무리 짓지 않는다. 임계숙을 죽인 범인을 밝혀낸 경찰은 범인을 잡으러 간다. 수빈과 우돌의 관계도 확실히 어떻게 되었다 언급 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이런 부분이 살짝 아쉬웠지만 수빈과 우돌의 각별했던 사이가, 과거의 상처와 이미 벌어져버린 관계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좋아할만한 스토리나 분위기가 아닌데도 자꾸만 빨려 들어가게 되는 송시우 작가의 작품들. 아마 나머지 작품들도 읽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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