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 T.M.로건
아르테 / 리디셀렉트
'통쾌한 리벤지 스릴러'란 말에 가볍게 읽으려고 골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쾌한 리벤지가 되기까지 정말 고단하고 답답하고 고구마 100개를 삼켜야 한다. 그리고 그 고구마에 비해 뻥 시원한 사이다인가도 살짝 의심스럽다. 뭐, 사이다가 확실하긴 하다.
세라는 결혼해서 아이가 둘 있고 퀸 앤 대학에서 임시직으로 일한다. 남편 닉은 집을 나갔고 그녀는 아버지와 친한 친구의 로라의 도움을 받으며 승진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앨런 러브록이라는 연구비를 쓸어 담는 인가 교수는 세라에게 2년 내내 추근대고 승진을 빌미로 잠자리를 요구했다. 그녀와 굉장히 닮은 질리언 아널드라는 여자 또한 앨런에게 똑같은 짓을 당했고 결국 고발을 하고 학교에서 나왔지만 그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연구비 때문에 그녀의 주장은 모두 묻혔을 뿐더러 추천서에 안 좋은 말들 때문에 다른 학교로의 취직도 힘들었다.
세라는 괴로워하고 앨런을 밀어내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업적을 가로채고 점차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남편인 닉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에 돌아오지도 않는다.(실제 이 소설에서 닉이 실제로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등장 인물들의 대화와 설명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던 어느날, 차에서 한 어린 소녀가 쫓기는 모습을 본 그녀는 아이가 도망가도록 돕고 대신 아이를 쫓던 사람이 그녀의 차 번호를 사진으로 찍고 사라진다. 불안해진 그녀는 학교에서 자신을 살펴보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고 공포스러워한다. 아이들과 가족과 자신의 안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던 순간 그녀는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그녀를 납치한 것은 볼코프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굉장히 재산이 많고 어두운 곳에서 힘을 쓰는 러시아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의 차 번호를 찍은, 또 그의 딸을 납치하려던 그 놈들을 알아서 처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 덕분에 자신의 딸 아이가 살아났다고 하며 그녀를 위해 딱 하나, 딱 한 사람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주겠다고 장담한다. 그녀는 그럴 일이 없을거라고 했지만 결국 볼코프가 준 선불폰으로 29초간 통화를 하여 앨런의 이름을 말한다.
앨런은 정말 사라졌다.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불안해 한다. 앨런이 사라지고 불안한 나날이 계속 되다가 볼코프의 부하가 경찰에 잡히고 앨런이 돌아온다. 그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면서 그녀를 자신의 집에 오라고 강요한다. 세라는 볼코프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자신을 도와주기로 했으면 끝까지 도와달라고. 그리고 로라와 아버지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핸드백에 핸드폰과 각종 카메라를 설치한 후 아내가 자리를 비운 앨런의 집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잘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앨런은 그녀의 핸드폰을 빼앗고 두 개나 숨겨 놓았던 카메라를 전부 빼앗는다.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 그녀는 앨런의 말대로 속옷까지 전부 벗은 채 그에게 맡겨지게 되었다.
****스포일러****
사실 핸드폰 녹음과 카메라는 그저 앨런을 속이기 위한 장치였다. 그녀는 볼코프에게 부탁을 해 해킹에 능숙한 미하일이라는 남자의 도움을 받았다. 우선 앨런의 집으로 택배를 보내고 그가 그것을 받는 사이 볼코프에게 부탁해 받은 특수 혼합 약물을 그의 위스키에 넣었다. 이 약을 먹고 앨런은 30분 정도 의식을 잃었고 이 약은 복용하기 몇 시간 동안의 기억이 지워진다고 알려져있다. 또한 12시간 안에 몸에서 모든 흔적이 사라진다. 대신 투여량이 체구와 몸무게를 정확히 반영해 정확해야 한다. 앨런이 의식을 잃자 택배 상자 안에 있던 선불 전화로 미하일을 집으로 들여 보냈다. 미하일은 그의 컴퓨터에 바이러스와 함께 아동 음란물을 숨겨 놓는다. 컴퓨터와 파일이 손상된 것을 확인한 앨런은 수리 기사를 불렀고 수리 기사는 그의 컴퓨터에서 엄청난 아동 음란물 사진을 발견한다. 그의 비서 조셀린은 미리 그의 연구실 책상 밑에 숨겨 놓았다. 그의 이메일도 악질 소아성애자인 듯 주고 받은 내용이 있었고 그가 사라졌던 것도 결제 관련 다툼에 비롯된 것처럼 해놓았다. 앨런의 알리바이는 그녀와 완전히 비슷한 질리언 아널드가 그녀로 변장해 해결해 주었다. 앨런은 구속 되고 그의 기사가 모든 신문에 실리며 그의 교수 인생도 끝이 났다.
****
마지막까지 답답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세라는 너무 우유부단하고 어이없다. 닉을 저렇게 방치해 두는 것만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상황이 고되고 힘들겠지만 2년이나 그렇게 앨런에게 시달렸는데 당할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사실상 소설의 재미를 위하여 설정한 억지겠지만 그럼에도 답답하다. 거의 마지막에도 앨런에게 당하는 것을 보며 책을 막 뒤집어 엎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통쾌한 리벤지가 아니겠지, 무언가 있겠지 그다려 그나마 마지막의 시원한 사이다를 보았다. 하지만 그 사이다를 진정 사이다 스럽게 하려면 세라의 고난을 늘릴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이나 상황을 더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지 않았을까. 여튼 그저 가볍게 읽고 즐기기엔 나쁘지 않지만, 마지막 사이다의 단 맛을 보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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