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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폭설 외 - 김지원

by DORR 2020.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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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외 / 김지원
작가정신 / 리디북스

 

 


이상문학상을 받은 저자 김지원. 리디북스에서 이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모르던 작가이다. 앞부분만 수번 읽었지만 영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마음을 단단히 잡고 끝까지 읽어나갔다.

폭설과 잠과꿈이라는 두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두 소설은 비슷한 느낌이다. 폭설의 연장이 잠과꿈 같은 느낌이랄까.

저자가 미국에 이민 후 쭉 그쪽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지 책의 주인공도 대부분 미국 사회에 속한 한인이다. 폭설의 주인공 진주는 이혼을 하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여자이다. '기'라는 남자에게 끌리지만 그는 굉장히 자유롭고 마치 바람과 같은 남자이다. 결국 기와 결혼해서 함께 살지만 기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이 주변에 있다. 그리고 진주에게도 연애를 하라고 권한다. 결국 공식적으로 아이린이라는 여자와 애인으로 지내면서 그의 남편 벤과 진주도 관계를 맺고 결국 그런 모든 상황과 관계가 견디기 힘들었던 진주는 엠뷸런스에 실려가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기는 총기 오발 사고로 죽는다.

잠과꿈의 주인공은 혜기이다.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고 있으며 아들과 산책을 갔다가 예전 친구였던 서윤을 만난다. 서윤은 선생님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은 폭설의 기처럼 자유롭고 '새' 같은 사람이라고. 서윤을 따라가 선생님을 만난 혜기는 선생님이 다정하게 만지는 것, 은밀하게 오간 것들을 느끼게 된다. 후에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선생님이 자신 뿐 아니라 많은 여자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혜기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아들 완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간다.

사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쉽게 이해가 가는 스토리가 아니다. 나로서는 도무지 진주나 혜기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주변의 모든 것에 신물이 나고 혹은 익숙한 남편이나 상황에 일상적이고 무덤덤할때 새로운 자극, 새로운 설레임에 마음이 끌리고 흔들릴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고 당연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진주와 혜기의 자세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끝이 뻔한 기와 선생님. 끌리는 것과 별개로 객관으로 볼 수 없는 진주와 혜기.

하긴 그런 생각을 해본다. 제 3자의 입장이라 진주나 혜기가 답답하지만 만약 그것이 내 일이 된다면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이가 먹을수록, 나 스스로를 갉아 먹는 관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어느 정도 넘기고 흘려 보낼 수 있거나 상처를 받지 않고 담담할 수 있다면 모를까, 자신을 소모하며 희석시키는 그러한 관계의 끝은 결국 남는 상처 뿐이니까.

주변에 이 책의 스토리를 이야기를 해주니 대체 뭔 이야기가 그 모양이냐, 전혀 이해도 안가고 공감도 안간다란 반응이다. 나 역시 이해가 안가고 공감이 안가지만, 이또한 책이라서 경험할 수 있는 누군가의 삶의 단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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