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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 미스터리,스릴러,추리,공포

살롱 드 홈즈 - 전건우

by DORR 202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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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 전건우
몽실북스 / 리디북스

 



살롱 드 홈즈는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하면서도 그다지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네 아줌마의 이야기다.

 

소용돌이에서 전건우 작가님의 작품에 실망을 한 터라, 새로 출간 된 이 책을 살펴보다가 (아무리 살펴봐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내용이나 분위기다...) 혹시라도 또 감정 과잉이 되거나 비극적이거나 하면 어쩌지 해서 검색을 해봤다. 

유쾌하고 결론까지 깔끔하다는 평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결론은 밤의 이야기꾼들의 '이야기꾼'은 어디 가지 않았따! 그가 돌아왔따! 



_억세고 끈기 있는 성격으로 슈퍼를 운영하고 있고 있지만 콜라텍에 다니는 남편 때문에 속 썩고 있는 60대의 지현.
_좋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임신 후 자신을 떠나버린 남자친구의 뜻과는 반대로 아들 철이를 낳아 부모님댁에서 살며 아르바이트로 살고 있는 20대의 소희.
_남편은 경찰이고 본인도 거대한 몸을 갖고 있지만 항상 살 빼라고는폭언을 듣고 살고 있는 힘 쌔고 의리있는 경자.
_오로지 자식 때문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우울증 환자 미리. 축구만 보는 남편을 살해하는 꿈을 꾸고 있지만 실제로 그녀의 꿈은 탐정이었다.

곰 눈깔 붙이는 부업을 하며 경자가 운영하는 슈퍼에 모여 친목을 쌓는 이 네 여자는 오래되고 낡은 주공 아파트에 나타나 범행을 저지르는 바바리맨, 쥐방울을 잡기로 의기투합하고 자신들을 '주부 탐정단'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쥐방울의 단서를 확실히 잡아 가고 있던 와중에 아파트 단지에서 잘린 손목이 발견되고 주부 탐정단의 멤버 소희가 연쇄 살인범 스마일맨에게 납치를 당한다.

아무리 경찰에게 말하고 소희의 위험에 대해 강조하여도 경찰은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때마침 자수를 한, 스마일맨 뱃지를 달고 있는 용의자에게 집중한다. 주부 탐정단은 아파트 관리 책임자 광규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척하며 결국 소희를 납치해 간 자의 단서를 잡아 낸다.

스토리적인 면에서 말하자면 긴장감 넘치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영상이 그려지는 듯하다. 특히 지하 배전실에서 미리가 공포를 느끼는 장면은 저자가 호러 소설 장인임을 입증하듯 생생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굳이 꼽자면, 스마일맨과 원조 스마일맨(?)의 범죄 동기나 범인들에 대한 케릭터가 너무 평면적이라고 할까. 물론 그 남자 챕터로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하도록 다루었지만 그 밀도가 너무 낮았다. 심심해서 사람을 죽이고, 혼돈을 사랑하고. 범행 동기나 그런 부분이 아쉬웠지만 또 범인보다는 주부탐정단 쪽에 무게를 두었고 경쾌한 느낌을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범인까지 좀 더 디테일하고 생생한 케릭터였다면 한층 작품이 좋아졌을 것 같다.

또 범인을 짐작케 하는 암시나 반전 부분이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힌트를 많이 주었다. 중반 들어 가니 뭔가 의심이 가고 결국 그 의심은 확신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니 뒤통수를 때리거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부분은 없었다.

굳이 골라내자면 저런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 이 이야기는 정말로 즐겁고 유쾌하다. 군더더기 없이 술술 읽히며 (나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암유발 하는 답답한 장면도(초반에 그녀들의 처지나 소희의 상황을 경찰들이 알아주지 않는 점) 거의 없고 금세 돌파해낸다.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란 점은, 40대의 남자 작가가 제법 날카롭게 주부들의 속사정과 그들이 되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감정과 고충들을 날카롭게 캐치했다는 점이다.

자식과 남편에 우선 순위를 밀려 돌아보기 힘들었던 '자신'의 삶과 꿈. 평생 사랑을 약속하고 함께 살지만 시간이 지나자 밥만 달라는 동거인보다 못한 남편, 살인 충동을 느끼곤 하지만 사실은 그의 관심과 사랑을 바라고 있는 여자의 존재. 한국의 가난하고 힘 없는 저층 사회에서 아등바등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존재를 잊어가며 세월에 젊음과 열정을 잃어가는 주부들.

주부 탐정단이 되어 쥐방울을 잡으려 뛰어다니며 그들은 서서히 자신을 찾아가고 남편, 자식, 집안일, 경제적 문제, 육아에 시달리던 삶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진다.


지현은 뚫어져라 모니터를 바라봤다. 벌써 네 시간째였다. 눈이 시리고 머리도 아팠지만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슈퍼를 처음 차렸을 때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는 그럴 힘도, 의지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것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나이와 함께 서서히 희미해지는 거라면 너무 서글프다.

살롱 드 홈즈 - 전건우



이야기는 사건이 시작되는 부분 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며, 어찌 진행되어 갈지 짐작이 가면서도 주부 탐정단의 활약과 그들의 모습에 자꾸 기대감이 가도록 만든다.

사투 챕터에서는 안타까우면서도 그 호쾌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주부 탐정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녀들은 나를 낄낄거리게 만들고 두 손 꽉 쥐고 응원하도록 만들었다.

워낙 밤의 이야기꾼들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국내에서 독보적인 호러 작가라고 생각했고 이후에 작품들에 다소 실망한 점들도 있었지만 이번 이야기로 다시금 기대감이 커지고 만족도가 높아졌다.

물론 잘 써서 공감이 가고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장르 소설에서 과도한 감정을 불어 넣는 부분에는 항상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그런 부분도 딱 적절하게 절제되어 좋았다. 특히 소희가 파이프를 부수려고 하다가 절망해서 울 때, 철이를 생각하며 펑펑 울다가도 다시 이를 악물고 맞서 싸우는 모습에선 그녀의 약하면서도 강한 면모가 도드라져서 간절히 응원하기도 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엔딩에 이어 그들의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지현이 운영하는 살롱 드 홈즈에 모인 네 여인과 한 남자,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자식에서 벗어나 주부 탐정단의 일원이자 오롯이 그 자신인 그녀들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밤의 이야기꾼들도 다음 이야기가 있으면 했는데, 이 좋은 이야기들의 후속편은 왜 안내주시나요...'ㅁ'

기분 좋고 재미있게 읽은 살롱 드 홈즈.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에 몰입해서 읽으면서도 마음을 찌르르 울리는 그녀들의 진실하고 간절한 모습까지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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