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 전건우
엘릭시르 / 리디북스
밤의 이야기꾼들 이후 믿고 보는 작가가 된 전건우의 신작. 게다가 호러라 더더욱 기대 만땅으로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간략하게 평을 하자면, 기승전결 모두 좋은데 약간 밍밍하고 심심함.
밍밍하고 심심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공포감'이다. 공포감에 좀 더 집중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작가가 서문이고 후기에도 남겼듯이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시선' 그런것들을 항상 글에 남기고 싶다고 한다. 물론 공감하고 좋다. 좋은데, 공포 소설에서 감정의 과잉이란...'공포'외의 감정이 많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내용이 흩어지고 집중도가 떨어진다.
밤의 이야기꾼은 감정이 많이 들어가도 적당히 치고 빠지는 액자 소설 형식이라 호흡이 안 딸렸지만 소용돌이는 통으로 하나의 장편 소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못내 아쉬웠다.
이 바로 앞에 보았던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가 적절하게 소름끼치고 무서웠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감정의 배제.
소용돌이에는 너무 많은 감정을 '공포'와 함께 다루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어드벤처도 아니고 공포도 아닌 애매모호함이 남는다. 민호가 명자를 좋아하는 마음, 각자 친구들끼리의 끈적한 우정, 부정, 고향의 그리움, 외로움, 서글픔, 등등등. 이 모든 감정을 공포 소설에 욱여 넣으려고 하니 아무래도 산만하다.
공포소설을 읽으며서 기대하는 것은 소름 돋게 하는 공포감이다. 아련하고 뿌듯한 감정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는 기대했던 것 그대로의 공포를 이야기를 통해 전해준다. 하지만 소용돌이는 모든 감정들이 한데 모여 소용돌이 속에서 짬뽕되어 결국 전부 읽고 나서는 뭐지?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심히 감동스럽지도 않고 좀 억지스럽기도 하고... 분명 나름 흡입력 있고 즐겁게 읽은 것 같은데 왜 별로 남는게 없는 거 같지?! 이런 마음이 들게 한다.
차라리 전작 밤의 이야기꾼의 전건우가 아니라 모르는 작가의 이야기였다면 더 재미있게 봤을까.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생은, 산다는 것은 이리도 고통스럽다.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는 함께하면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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