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다혜
위즈덤하우스 / 밀리의 서재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야말로 꾸준히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이다.
글쓰기 두번째 책이다.
이다혜란 이름이 낯익다. 영화관련 기자로 활동했다는데서 알아차렸다. 이동진의 독서법에서 이동진을 인터뷰했던 저자다.
이동진+가 되면서 신뢰감이 쌓인다. 괜찮은 글쓰기 책이겠구나. 아니다. 저자 본인이 에세이라고 했다. 그렇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에세이책이다. 내용이 나름 알차다. 소설 분야와 여러 글쓰기 분야에 대한 충고와 격려와 경험담이 잘 녹아 있다.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조언
천기를 누설하지면, 글쓰기를 다루는 모든 책에서 강조하는 최고의 소설 쓰는 비법은 ‘무조건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뭐든 쓴다’다. 그렇게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느냐고? 자기게발서란 원래, 자기계발서를 쓴 사람이 가장 성공하는 장르다. 하지만 로또에 당첨이 되려면 최소한 로또를 사야하는 법. 그러니 잠언을 마음에 새기고, 일단 써라.
과 함꼐 직접적인 글을 다듬은 충고들도 담겨있다. 예를 들면 글을 쓸 때, ‘것’ 지우기, ‘-하고 있는’ 지우기 같은 에디터로 근무했기에 알 수 있는 디테일한 사항들을 알려준다. 퇴고할 때, 특히 글 양이 넘친다면, 나는 첫 문단을 지워보라고 권한다. / 마무리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한 말이 있다. ‘교휸적인 마무리’는 지양하자. /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했다면, 마지막 문장에서는 힘을 빼는 편이 힘을 주는 비법이 되곤 한다.
나도 여러번 찔렸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퇴고를 하지 않는다. 살펴보면서 부사들만 정리해도 훨씬 깔끔하고 가독성 있는 글이 될 것 같은데 귀찮아서 넘긴다. 애초에 부사를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은 방법같다. 다 쓴 글을 마무리 할 때, 머뭇거리며 고민하다 교훈적이고 상투적인 마무리로 끝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잘못했다. 지양하겠다. 이다혜 작가님, 감사합니다.
애매하게 유행을 탄 단어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롯이’라는 단어도 폭풍같이 등장한 뒤 시들해졌다. 가볍게 들뜬 문장에서 갑자기 진정성과 함께 투하될 때, ‘오롯이’만큼 오롯이 분위기 파악 못하는 단어도 찾기 어렵다.
십년 전쯤, 신경숙 소설에서 처음 '오롯이'란 단어를 접하고 사전을 뒤적거려 의미를 적어 놓았었다. 남용되는 이 단어를 보면 이제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격하게 공감하는 구절이었다.
최근 부는 글쓰기 열풍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쓰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쓰려는 수요가 늘기 위한 선제조건은 읽는 사람의 증가일 텐데, 그게 그렇지 않다. 아주 기이한 산문의 시대, 텍스트의 시대다. / 책은 팔리지 않지만 글은 항상 읽는다. 글쓰기는 붐인데 독자는 줄어드는 중이다.
최근 ‘문장형 제목’이 유행하고 있는데, ‘후졌다’는 고발의 대상인 책 다수가 문장형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수가 ‘괜찮아’‘다행이야’로 끝나거나 그런 뉘앙스를 품고 있다. 한때 유행하던 힐랑과도 다르고, 인문학 열풍이라던 때와도 다르다. -놀랍게도 저자의 책도 문장형 제목에 다행이야라는 뉘앙스이다 !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글쓰기에 관한 충고, 소스들이 가득하다. 편집기자로 오래 일했고 글을 쓰며 책을 낸 저자다. 어느 정도의 내공과 정보가 가득하니 글을 쓰고 싶은 '누군가'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지금의 나를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일이다. 손에서 책을 놓치 못해 밤늦게, 새벽까지 읽어 끝을 본 뒤 어디로든 힘껏 달려가고 싶은 기분에 빠진다. 책 한 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처, 지저분한 방을 싹 뒤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온통 뒤범벅이 된다. 있는 힘껏, 내가 무엇이 될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아주 좋은 책과 아주 좋은 여행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보통의 책과 보통 여행도, 나쁜 책과 나쁜 여행도 나를 조금씩, 하지만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꼽는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끝까지 쓰기’와 ‘퇴고하기’다.
*반복을 잡는다. 원고를 다시 보는 첫 과정에서는 반복을 잡는다. 누구나 자주 반복하는 단어나 표현이 있다. ‘내 습관’을 알아야 습관을 교정할 가능성이 생긴다.
*글쓰기에 숙달된 사람일수록 쓰면서 구성을 짠다. 뇌가 손가락에 달려 있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어서, 쓰면서 흐름이 생긴다. 심지어 퇴고하면서 구성을 손보지 않아도 된다. 숙달되었거나, 타고났거나. - 스티븐킹이 되거나
*글감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지만 도무지 써지지 않을 때는 구성을 짜라. 쓰고 싶은 소재를 늘어놓는다. 눈에 보이게 늘어놓고 연결 짓기를 시작해라. 선부터 그리지 말고 점부터 찍으라는 말이다. 그것은 글쓰기 전에 하는 구성 짜기 노하우다. 점을 찍는다는 기분으로 아이템을 늘어놓고, 연결 짓는다.
*안 읽히는 글의 태반은 하려는 말이 모호한 상태에서 마구 쓰여 있다. 정확한 주제가 있다가보다 정서를 전달하는 글 역시 마찬가지다. 읽은 뒤 남는 감정이 쓸 때 의도한 바와 다르다면, 혹은 여러 감정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다면, 어느 쪽으로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놀랍게도 필자들은, 재미없다고 글을 평하면 부끄러워하지만 글이 혐오나 차별을 담았다고 하면 저항한다.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읽는 입장에서 판단할 때 쓴 사람의 속내를 헤아려 달라는 뜻인데, 그런 비판은 한번에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지만 부디 다시 한 번 숙고해 읽어봐주시길.
*퇴고 과정에서 당신은 그 ‘읽는이’의 마음에 이입해볼 줄 알아야 한다. 글쓰기가 대화가 될 수 있다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데즈카 오사무는 <데스카 오자무의 만화 창작법>에서 만화를 그릴 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인권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다음의 세 가지를 주의하라고 썼다.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민족이나 국민,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꽤 명쾌하지 않은가. 이 정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글을 굳이 읽어야 할지 의문이다.
*유려해 보이는 긴 문장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다는 뜻이라면,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남의 문장이나 표현 참고하기를 멈추는 일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글을 쓴느 사람들은 그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시행착오를 먼저 거치고 자기 스타일을 체화했음을 잊지 말길. 우리는 다른 사람은 늘 처음부터 완성형으로 가정하고 자기 자신을 미완성태로 바라본다. 어떠한 재능도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지는 않다. 실수하고 배우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결과물이 애초에 원하던 그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글을 읽는 이유는 많습니다. 주술호응이 맞는 문장을 길게 쓸수록 높은 점수를 받고 더 많이 읽히는 식이 아니죠. 관심사에 따라, 공감도에 따라, 스트레스 정도에 ᄄᆞ라 사람들은 읽고 싶은 글을 찾습니다. 정확한 정보보다 내가 알고 싶은 대로의 거짓말 읽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고요. 인기 있는 작가에게는 인기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그 방식을 따라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출판관계자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죠. 베스트셀러는 신이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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