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의 향연 : 얼음과 불의 노래 4 / 조지 R.R.마틴
은행나무 / 리디북스
4권은 가장 재미없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야기의 화자가 주요 인물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해도 이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5권 말머리에서 나오듯 같은 시간에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는 (존, 티리온, 대너리스 등) 5권에서 나온다.
4권의 화자는 세르세이와 제이미, 셈웰, 브리엔느, 아리아, 산사다. 그와 같이 크라켄의 이야기도 같이 흘러간다.
또 이쯤 되니까 느껴지지만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여성이 너무 비하되거나 성적 대상으로 잔혹하게 묘사되거나 어리석게 묘사된다. 중심 여성 인물들이라면 스타크 가문의 아리아, 산사, 캐틀린, 라니스터 가문의 캐틀린, 브리엔느, 대너리스가 있다. 그나마 가장 독립적이고 이상적인(현대의 관점으로 이상적이라 생각되는) 인물이 아리아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아리아를 매우 확대시킨다. 그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 케릭터들은 어리석다. 여성 케릭터 중 가장 힘있고 중심적이라 생각되는 인물은 대너리스다. 하지만 대너리스도 처음에는 아주 연약했고 드래곤을 얻은 후에도 갈팡질팡하며 무엇보다 자신들의 백성을 사랑하는 한편 다리오를 욕망하고 있다. 어째서 여자는 남자를 욕망해야 하는가. 남자와 사랑에 혹은 캐틀린처럼 모성에 혹은 산사처럼 주변 상황에 속절없이 흔들려야 하는가. 그에 비해 다른 남자 케릭터들은 사랑에 잠시 흔들려도 자아를 뿌리째 흔들어 놓지는 않는다.
가장 끔찍한 것은 세르세이다. 4권에서는 세르세이의 점층적인 몰락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가장 큰 힘과 권력을 거머쥐었으나 어리석고 나약해 결국은 제이미에게 의지하고 마는 세르세이. 물론 그녀의 오만하고 못된 성격이 한 몫을 하긴 하지만 다른 남자 케릭터들은 오만하고 못됨을 덮는 강한 무력이나 똑똑함이나 명예심이 덮어주고 있다.
역시나 그런 의미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리아 스타크가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클리쉐 없이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죽음으로 '발라 모르굴리스(모든 사람은 죽는다)'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신선하다. 게다가 입체적인 인물과 그 인물의 상황 배경에 따라 점차 변해가는 모습들이 설득력 있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모험과 행동을 응원하거나 미워하거나 빠져들게 한다. 그렇다해도 다수의 남성 케릭터에 비해 성적이거나 비열하거나 약해 빠진 여성 케릭터들은 읽을수록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시대가 그렇다 해도 끔찍하고 잔인한 강간 장면이 더이상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발. 누적되니 진심으로 피곤하다. 티리온이 내뱉는 말도 그렇다. 자신의 누이(세르세이)를 강간하고 죽여버리고 싶다는 그런 말들. 어휴. 지친다.
제발, 아리아 스타크가 끝까지 냉혹하고 강하고 똑똑하고 사랑이나 감정에 휘청대지 않는 단단한 인물로 묘사되기를.
그리고 제발 렘지 볼튼이나 유론 같은 인물들로 페이지를 채우지 말아달라고 ㅠㅠ 볼튼은 이름만 들어도 더럽고 오물이 묻은 느낌이 나는 아주 추악한 케릭터이고 램지는 조프리보다 더 끔찍한 사이코패스 같은 놈이다. 여러가지 폭력과 잔인함, 전쟁의 흔적들로도 끔찍한데 램지 같은 인물은 볼수록 암담하다.
아,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이 얼마나 산뜻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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