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 리디북스
다카노 가즈아키는 13계단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예전에 13계단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구입을 했지만, 엄청난 두께와 어쩐지 읽히지 않는 초반에 몇 년간을 묵혀 두었었다. 이번에는 꼭 읽어야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특유의 일본 느낌이 나지 않았다. 메인 주인공이(주인공이 여럿 등장한다) 조너선 '호크' 예거라는 미국인으로 그는 특수 부대 출신 용병이다. 아들 저스틴이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병을 앓고 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는 특수 임무를 수락한다.
최고 기밀 단계의 이 임무는 마이어스, 개럿, 미키히코(믹)이 팀이 되어 진행하고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행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콩고로 향하게 되었다. 그들의 임무는 콩고의 나이젤 피어스라는 미국의 인류학 학자와 캉가 밴드의 40여명의 감염 된 집단을 사살하라는 명령이었다. 감염될 위험 때문에 캡슐을 각각 나눠주며 임무가 끝나면 먹도록 했다.
화학실험실에서 유기 화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겐토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메일을 받는다. 암호같은 말로 찾아낸 것은 책과 메모, 노트북이었다. 또한 아파트 주소를 알려주고 그쪽으로 가되,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믿지도 말라고 했다. 아파트에 가자 지시사항이 있었다. 2월 28일까지 GPCR을 디자인하여 합성하라는 내용이었다.(복잡한 내용이라 그냥 그러려니하고 읽었다) 겐토는 정훈의 도움을 받는다.
각자 임무를 수행하면서 각종 위험과 어려움을 만난다. 사실 예거 일행이 맡은 임무는 가디언이 아니라 네메시스란 임무로, 콩고에서 뇌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아이, 아키리라는 새로운 인류, 지구상의 어떤 인간보다 뛰어나고 엄청난 두뇌를 갖고 있는 진화한 인간을 죽이기 위한 미션이었다. 그들은 결국 아키리를 구해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 개럿과 미키가 죽고 마이어스와 예거는 아키리와 나이젤 박사를 데리고 아프리카를 탈출한다.
한편 겐토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의 치료제를 만들어 낸다. 그들은 새로운 인류, 아키리의 누나인 에마의 작품이었다. 에마는 새로운 인류, 아키리와 결합해 후손을 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근친혼의 유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겐토를 이용해 실험을 하였고 그것이 시작일 것이었다.
예거는 저스틴의 치료약을 받고, 겐토와 정훈은 큰 돈을 벌어 다른 희귀병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키리와 에마는 서로 만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생명을 구해 준 예거와 마이어스의 미래까지 전부 책임지겠다고 했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나 여려서, 인간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부분 때문에, 선(善)의 무력함에, 그리고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예거는 화가 나서 소리를 죽인 채 비통하게 울었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사실 아키리와 에마라는 존재는 읽는 내내 외계인을 보는 듯한 서늘함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와 같지 않은 '다른' 인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는 전혀 다른 진화된 인류. 기적에 가까운 능력과 뛰어난 두뇌. 저 인류가 지구를 뒤덮는다면, 우주에 대한 비밀은 훨씬 더 빨리 밝혀질 것이고 화성이나 다른 은하계로의 이주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토록 뛰어난 '다른' 인류. 한 사람의 현생 인류로 그들은 어쩐지 두렵다. 나와 다르고 나보다 훨씬 뛰어난 누군가가 이 온 세계를 뒤흔들거라는 예상은 무섭기 짝이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망이 있었으니 높은 도덕 의식이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 그것을 그들이 잘 배우고 그것이 기본으로 장착된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다워질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빠르고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밑바탕에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다소 지루한 구간이 있었지만 일본 소설 같지 않아서 더 흥미롭게 읽었고 재미와 생각할 거리까지 주는 괜찮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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