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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 미스터리,스릴러,추리,공포

별도 없는 한밤에 - 스티븐 킹

by DORR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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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 스티븐 킹
황금가지 / 리디북스



## 약간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는 포스팅입니다 ##


30년만에 쓴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집이라고 한다. 4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하나 같이 버릴 것 없는 흡입력이 엄청난 이야기들이다.


제목처럼 (별도 없는 한밤에 full dark,no stars) 저 아래에 깊이깊이 감추어 두었을 인간의 어둡고 끔찍한 본성들, 그리고 아주 약간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줄거리로만 보자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1922는 재산 떄문에 아내를 죽이는 남자 이야기인데, 그 과정과 그 이후 그가 파멸해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티븐 킹의 매력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도 있지만, 생생히 살아 있는 것 같은, 전형적인 미국인이지만 국경을 초월한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을 갖고있는, 그러니까 흔하게 볼 수 있는 옆 집 아줌마나 거래처 부장님처럼 케틱터를 그려낸다. 그래서 1922의 주인공이 아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임에도 어쩐지 그를 동정하게 되고 그의 파멸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빅드라이버는 한 작가가 주인공인데 강연회를 갔다가 길에서 타이어가 망가져 멈춰있는 그녀에게 어떤 거대한 남자가  다가와 도움을 주는 척 하면서 그녀를 속이고 강간 한 후 목을 조르고 죽은 줄 알고 버린다. 그녀는 살아서 그 지옥같은 곳을 벗어나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1922의 부인을 죽이는 과정이 지나치게 잔인하고 끔찍했다. 눈으로 본 것이였다면 대충 슥 넘겼을텐데, 하필 일을 하면서 TTS로 듣고 있었기에 넘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 들어서 더 괴로웠다. 마찬가지로 빅드라이버에서 주인공이 강간당하고 괴로워하는 장면에선 더더욱 괴로웠다. 그 과정과 그 이후의 일이 너무 생생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나중에 복수를 하는데서는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까지 느껴질 정도로...

공정한 거래는 표면적으로 끔찍한 장면은 없었지만 계속 되는 그 저주의 덩어리에 심리적으로 끔찍했던 그런 이야기였다. 악마 같은(악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장사꾼을 만나 자신의 암을 치유하고 15년 이상의 생명연장을 얻는 주인공은 그 거래의 대가로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 그러니까 그의 불알 친구인 -과거에 그가 사랑했던 여자를 빼앗아 결혼 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서 잘생기고 부자에 부족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친구-톰에게 암 덩어리를 넘긴다. 생명이 연장 된 그는 행복한 삶을 살지만 그의 친구는 서서히 몰락해 간다. 아무리 미워했다고 해도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눈 하나 깜짝 안하는 주인공을 보며 그가 악마보다 더 무서웠다. 사실 그가 무섭다고 했지만 내가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미워하는 누군가에게 병을 떠 넘기고 미워하는 사람이 몰락하는 것을 보며 주인공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없음이 더 무섭다.

마지막 이야기인 행복한 결혼생활은 27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왔던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남편이 오랫동안 연쇄살인을 저지른 끔찍한 살인마라는 것을 깨닫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정신없이 몰입하게 만들도록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재미에서만 끝나는 것도 아니다. 별도 없는 깜깜한 풀다크지만, 그렇다고 아주 희망이 없지도 않다.

빅드라이버의 주인공은 마지막 자신의 범죄를 증언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 그녀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는다. 주인공의 성폭행이란 말에 여자는 자신도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다가 한 쪽 눈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그녀의 범죄를 눈감아 준다.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결국 남편을 죽인 아내를 찾아 온 늙은 형사-남편을 범인으로 알고 왔었다-  또한 오히려 그녀에게 잘했다고 말해준다.

살인을 눈감아 주는 사람들, 그렇지만 그것이 별도 없는 어두운 밤에 기대할 수 있는 작은 빛이 아닐까. 법으로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지만, 동정과 양심을 따른 사람의 마음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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