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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난 공포소설가 - 전건우

by DORR 202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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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포소설가 / 전건우

북오션 / 리디북스

 

 

네이버 카페에서 '전작 주의 작가'가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좋아해서 전권을 모아놓은 내 보물 1호이지만 그렇다고 모리스 르블랑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 때 하루키를 엄청 좋아했지만 그의 모든 책을 사지는 않았다. 만화가 유시진을 좋아했지만 최근에 워낙 활동이 저조하고 새 책이 나온지 오래되서 수집의 의미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작가의 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 물론 출간 된 책이 엄청 많은 저자(킹 옹이나 마이클 코넬리, 제프리 디버 등등)는 논외로 하고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한 명이 떠올랐다. 바로 전건우 작가였다. 그렇다고 전건우 작가의 모든 책을 다 구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작이 나오면 대부분 보는 편이고 이미 출간 된 작품들도 거의 본 것 같다. 단편을 안 좋아해서 단편집을 제외 한 장편 소설은 다 읽은 것 같다. 

 

전건우 작가의 에세이라니 궁금했다. 우선 목차를 읽어 봤을 때 취향, 공포를 좋아하는 취향의 접점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막상 읽어보니 전건우 작가의 취향은 나의 좁은 취향에 비해 훨씬 더 넓고 거대했다. 와우. 

 

난 공포를 좋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싹하고 무섭고 소름이 끼치고 '무서운' 느낌이 드는 것을 좋아한다. 깜짝 놀라게 하고 잔인하고 피가 난무하는 것 보다는(물론 그것도 좋아하긴 한다) 심리적으로 혹은 느낌상으로 "와, 정말 무섭네" 하고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의 무서운 매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전건우 작가와 공통되게 좋아하고 인상적인 여러가지가 있었다. 전설의 고향을 정말 좋아했고(내 다리 내놔는 너무 무서워서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여곡성을 전설의 고향 레전드라고 여긴다!) 링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이블 데드 같은 공포영화도 좋아했다. 컨저링도 좋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공포 영화에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였을까, 전건우 작가의 책은 항상 기대감으로 보게 된다. 밤의 이야기꾼을 처음 읽었을 때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다. 이후 고시원 기담과 소용돌이에서 살짝 실망을 한 후(특히 소용돌이는 그 절절한 감정들이 너무 싫었다-ㅅ-친구들의 우정과 감정에 얽힌 그런 것들이 더 기억에 남고 무서웠던 것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살롱드홈즈에서 또 너무 즐거웠다. 

 

이 책을 읽고 마귀를 사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귀를 읽었는데 음,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퍽 좋았다. 제대로 오컬트스러운 부분을 꽉꽉 채워 그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럽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전건우 작가의 책 중 가장 좋았던 순서를 꼽자면 

 

1. 밤의 이야기꾼들

2. 살롱드홈즈

3. 마귀 

 

이렇게 꼽을 것이다. 

 

전건우 작가는 정말 희귀하다. 한국에 정말 얼마 있지 않은 호러 소설가 중 하나이며, 가장 유명한 호러 소설가 중 하나가 아닐까. 왜냐면 되든안되든 끝까지 호러를 고집하는 작가 또한 얼마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남긴 저자의 말처럼, 소설을 쓰는 한 계속 호러를 쓸것이며 인생의 큰 공을 굴려가는 한 계속해서 호러를 쓰겠다고 한 그의 뜻과 의지를 매우나도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가 호러를 꾸준히 쓰는 동안 어느덧 전건우란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가 되었으며 새로운 책이 나오면 무조건 기대하고 구입하여 읽어보게 되는 작가가 되었다. 아마 나와 같은 독자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호러라는 장르는 너무나도 어렵고 까다롭다. 가장 판에 박은 장르이기도 할 것이다. 매번 비슷하고 변함 없는 구조들. 어떻게 해야 더욱 무섭고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 것인가. 호러의 서사는 정말이지 엄청난 한계속에 갇혀있다. 그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그 한계 안에서 모든 무섭고 재미있는 부분은 아주 다양하게 이미 시도 되었다.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부분 때문에 호러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것에 비해 너무나도 졸작이 많기 때문이다. 속고 또 속고 재미없는 책과 영화를 수십, 수백권을 읽다 보면 이제 척 봐도 대충 사이즈가 나온다. 그래서 호러 장르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비슷하게 좋아하는 호러 대신 스릴러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다. 

 

하지만 전건우 작가가 있다. 그가 꾸준히 호러를 쓰는 이상 나 또한 꾸준히 그의 팬으로 그의 책을 열심히 사 읽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마귀 다음의 그의 장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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