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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다윈영의 악의 기원 - 박지리

by DORR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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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영의 악의 기원 / 박지리 

사계절 / 리디북스 

 

 

여러면에서 굉장한 이야기임에 틀림 없다. 반전이 많은 소설이다. 스토리 상의 반전이 아니다. 소설 속의 요소들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반전이 많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이야기는 가상의 세상에서 펼쳐진다. 한국도 아니고 지구의 어느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낯설고 묘한 세계이다. 모두 9지구로 나뉘어진 구역이 존재하며 1~9구역간의 환경이 굉장히 다르며 차별이 존재한다. 1구역에서는 모든 행정, 사법, 핵심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2~3지구는 상업지구에 속한다. 9지구는 60년전 일어났던 폭동 사건으로 인해 끔찍한 곳이 되어버렸다. 

 

다윈 영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다. 그는 문화부 차관이자 프라임스쿨의 위원장인 뛰어난 아버지 밑에서 수재 소리를 듣고 자란 완벽한 아이이다. 흔히 말하는 모범생, 똑똑하고 선하고 맑고 나이에 맞게 순수하면서도 강하고 곧은 마음을 갖고 있는 완전한 아이다. 아버지와의 신뢰와 사랑으로 든든한 관계를 맺고 있고 교우 관계도 좋으며 1지구에서도 최고의 리더를 배출하는 프라임스쿨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아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재미없고 흥미롭지 않은 '잘난 주인공'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쭉 그렇게 나타난다. 그의 아버지 니스 영도 마찬가지다. 딱히 흠잡을 것이 없고 30년 전 죽은 친구의 추도식을 30년간이나 끊임없이 주도해 온 훌륭한 우정을 지닌 사람이자 프라임스쿨 출신이 아님에도 차기 장관에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뛰어난 인물. 다윈 영과의 사이도 굉장히 좋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최고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니스 영에 대한 인상은 점차 변해간다. 그것은 루미도 마찬가지이다. 루미 헌터는 니스 영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30년 전에 살해 당안 제이 헌터의 조카이다. 제이 헌터의 동생 조이 헌터의 딸로 프라임스쿨에 버금가는 프리메라 여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그녀는 자신의 죽은 삼촌 제이 헌터를 숭배하며 그의 죽음에 항상 의문을 갖고 있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루미에게 반한 다윈 영은 그녀를 돕는다.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사랑스러운 소녀 루미 헌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하고 높은 지위를 동경하며 약한 자를 업신 여긴다. 

 

니스 영과 제이 헌터와 함께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 하나, 현재는 유명한 버즈 미디어의 대표이자 감독인 버즈 마샬. 그의 아들도 다윈 영과 동갑으로 프라임스쿨의 학생이다. 레오 마샬은 다윈 영과 친구가 된다. 루미 영과 부모님이 탐탁치 않아 하는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친해졌지만 그녀의 제이 삼촌에 대한 집착, 프리메라 교복에의 집착, 누군가의 우위에 서야 한며 모든 사람이 자신을 특별하게 봐줘야 한다는 생각 등이 그녀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다. 레오 마샬은 아버지를 닮아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으며 안 그런척 하면서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제이 헌터에 대해서도 처음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 등장한다. 니스 영과 다른 사람들이 추억하는 제이 헌터는 흠결 하나 없는 완전무결한 순결한 사람이자 재판관이었다. 그가 말하는 저울은 날카로웠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모든 사람들은 각 지역에 있는 재판장으로 모여야 해. 거기에는 특수하게 고안된 저울이 있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 법학자들이 함께 고안해서 만든 완벽한 저울이야. 모두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저울에 올라야 해. 그러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가 지난 1년 동안 저지른 죄의 값이 저절로 나와. 3그램 이상인 사람은 새해를 즐길 자격이 없어. 그런 사람들은 죄질에 따라 사형에 처해지거나 감옥에 가거나 9지구로 퇴출해서 노역을 해야 해. 간통을 하거나 살인을 저지르거나 반역을 하는 따위의 눈에 보이는 죄뿐만이 아니야. 부정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죄의 무게는 올라가. 그러고 나면 이 세상이 좀 더 깨끗해질 거야. 


하지만 그러한 순결한 제이도 조이에게는 끔찍한 형이자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괴물이었다. 조이가 제이의 어머니가 간통을 하여 낳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제이는 조이를 괴롭혔다. 숨기지 않으면 죄가 아니다라고 하며. 조이는 아버지의 차가운 냉대와 제이의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과연 제이는 순결한 인간이었을까. 

 

각자의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다. 초반에 너무 전형적이고 지루한 인물이라 생각했던 다윈 영은 점차 변화한다. 아버지 니스 영이 제이 헌터를 죽인 살인자라는 것을 깨닫고 구토를 하고 괴로워 하던 그는, 결국 아버지를 심판대에 세우기로 작정한다.

 

마지막 100페이지를 남겨 두고 안절부절했다. 끝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지금 다윈 영이라면 정말로 아버지의 죄를 낱낱히 고해 그들 가족은 모두 파멸을 맞을 수 있다. 저자가 쭉 언급했던 정의와 사회와 심판은 이런 것을 통해 말하고 싶었을까. 하지만, 예상하지 못하기도 했고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기도 했던 다윈의 악은 완벽하게 이루어졌고 그렇게 그는 성장했다. 

 

아마 다윈도 니스 영 처럼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범죄 사실을 감추며 완전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모든 이야기의 구조와 암시, 생각할 거리들이 놀라웠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의 모든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이야기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세계의 구조가 보여주는 차별과 폭동,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들, 완전하지만 이면의 불안전함과 시커먼 악들, 그러면서도 가족간의 사랑과 신뢰, 한 인간의 변천, 등등. 이야기 속에 많은 것들을 담아 냈지만 그것이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총제척으로 감탄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제목 또한 이 모든 것을 담아 내기에 최적의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후드 그림까지도 말이다. 

 

이쯤되면 정말이지 너무 안타깝다. 고인이 되어버린 저자의 다음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올해 본 책 중 가장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더욱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뮤지컬로만 제작 되었던데, 좋은 감독을 만나 좋은 영화로도 제작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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