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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 문학소설,에세이,시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by DORR 202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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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김영사 / 알라딘

 

 

 

스릴러와 공포 소설을 즐겨 읽고 기독교인인 나는 '죽음'에 관심이 많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겠지만 결국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공포이고 누군가에게는 안식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다음 세상을 향항 통과 의례일수도 있겠다. 

 

과거 죽은자의 집청소가 필요한 죽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시체나 다른 것들은 보지 못했지만(병원에서는 꼭 필요한 가족 이외에는 죽음을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끔찍한 모습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죽임이 남긴 '냄새'만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기름이 섞인 붉은빛이 띈 갈색의 액체에서 나는 형용할 수 없는 독특한 그 냄새. 아무리 씻어도 미끌미끌한 기름기와 코끝에 남는 특유의 냄새는 죽음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저자는 특수 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죽은지 오래 된, 특히 살피거나 자주 돌아보는 가족이 없는 고독사의 뒷처리를 맡는다. 그런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글로 담았다. 

 

굉장히 독특하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끔찍하게 생각되는 이러한 죽음들을 저자는 끔찍하지 않게 담고 있다. 비판적으로 혹은 지독하게 냉소적으로 담을 수 있는 사실과 상황들을 더없이 따뜻하고 동정과 겸손함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찌보면 극한 직업 중에서도 극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이러한 인간적인 감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존경스러웠다.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개 들 염치도 없다. 신이 계신다면, 그 남자가 생전에 의지하고 믿었던 신이 어딘가에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그 품으로 불러 단 한 번만 따스하게 안아주실 수는 없는지. 


1장에서는 저자가 겪은 다양한 죽음들을 이야기한다. 사실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문장 구석구석에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과 연민을 느낄 수 있다. 문학, 시를 전공해서인지 문장도 돋보인다. 감성을 자극한다.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한다는 글에 무슨 감성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저 직접 읽어가면서 저자가 죽음 앞에서 느끼는 다양하고 다채롭고 슬프고 안타까운 숱한 감정을 같이 공감하며 그 곳의 후각적이고 시각적인 면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저자의 일 자체는 매우 어둡고 습하고 때로는 끔찍할 수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자세와 시선은 한없이 따뜻하고 반듯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하다. 나의 삶, 내 주변의 삶도 함께 돌아보라고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조심스럽게 건네고 있는 것 같다.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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