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 존 스칼지
샘터 / 시립도서관
노인의 전쟁은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유머로 가득차있다. 우리는 주인공 존 페리와 함께 75세 노인이 되어 우주방위연맹의 군대에 가입해 새로운 군인으로 태어난다. 잔인하고 정신없는 우주전쟁의 상황도 그들이 갖고 있는 인간적인 속성과 따뜻한 감정, 유머감각로 불편함 없이 즐겁게 책장을 넘기게 해준다. 그리하여, 노인의 전쟁은 SF적인 상상력과 즐거움, 흥미로운 이야기와 케릭터에 따른 유쾌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다음 후속작 유령여단은 그와는 다르다. 유머는 한정적이고 진지하고 더 복잡하며 슬프기까지 하다. 기대한 것과 다르다는 것은 몰입도를 떨어뜨렸고 초중반의 의식전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상상력에 따른) 지루하며 복잡한 용어들이 난무하며(?) 극에 달했다. 전편의 강한 궁금증은 더이상 유발되지 않았고 새로운 사건은_ 인류의 우주연맹을 위협하는 세 우주 종족간의 연합, 그리고 그 중심에 개척민 출신의 과학자가 배신자라니_복잡하기만 하다.
배신자, 사를 부탱은 뇌도우미와 의식전이를 연구하던 천재적인 과학자였고 자신을 복제하고 그 의식을 남겨둔뒤 사라져버린다.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의 위험성과 그 지식이 인류이 적대적인 종족에게 알려짐으로 생기는 위험때문에 우주연맹의 고위 간부들은 그가 남긴 의식을 복제해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낸다.
재러드 디랙이 샤를 부탱의 의도를 알아내기위해 만들어진(그의 의식을 전이받은) 사람이고 이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재러드는 샤를 부탱의 기억을 되살려내기 위해 만들어졌고, 의식을 전이 해줄 사람 없이 의식만 받았으므로 진짜내기가 아니라 유령여단 동료들처럼 태어났다. 그리고 유령여단으로 들어가 제인 세이건의 소속분대원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만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태어나서 똑같이 죽는다. 아무리 능력있고 돈이 많아도 태어나고 죽는다는 것, 태아에서 아이로 성장하고 또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것은 100% 완전무결하게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존 스칼지의 이 소설시리즈에선 그렇지 않다. 지구에서는 비슷하지만 우주로 나오면 그렇지 않다! 특히 유령여단은 지구에서 자원입대를 원하고 유전자를 제공했으나 입대전에 죽은 노인들의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진다. 유전변형을 하고 16주동안 태아를 어른의 몸으로 성장시킨다. 성인의 몸이지만 경험과 영혼은 갓태어난 태아이다. 비슷한 연령(20대초반)의 신체에 75세에서 그 이상의 나이를 갖고 있는 진짜내기들과는 정반대다. 재라드 디랙은 유령여단으로 살아가며 그 인격을 갖고 있다가 결국 샤를 부탱의 기억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의 괴로움과 슬픔과 고독감은 더 커진다.
재라드가 이렇게도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슬픔과 고독감 때문일 것이다. 또 그 슬픔의 가장 큰 이유를 따지자면 정체성의 결여일 것이다. 재라드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한 인간이기도 하지만 그에겐 샤를 부탱의 기억이 있다. 사랑하는 딸 조이를 만나도 그에겐 조이가 실체이고 전부이지만 조이에겐 아빠가 따로 있고 그는 조이에게 재라드 아저씨일 뿐이다. 유령여단 모두가 그렇지만 그에겐 유년시절이 없다. 태어나자마자 뇌도우미가 정보를 전달해주고 그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된다. 선택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인간이 아닌것은 아니다. 감정이 있고 자아가 있고 도덕과 애정이 있다. 비록 태어난 목적이 살생기계라해도...
사실 재라드가 선택을 하지만 그마저도 유령여단에게 억지로 주입된 가치관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선택마저도 진정한 선택이 아닐지라도 그는 자신의 모든것을 수용하고 받아드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년을 전혀 후회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긴다. 이 부분이 재라드라는 인물에 의해 강한 연민과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렇다 해도 당신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좋든 나쁘든 난 당신 때문에 살아 있었고, 짧은 시간이나마 인생이 주는 기쁨과 슬픔을 경험할 수 있었어. 그리고 조이를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어.
그가 샤를 부탱에게 남기는 이 말에서 재라드란 사람을 느낄 수 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인생이 주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랑"
이것이 유령여단과 재라드가 주는 이 이야기의 핵심이고 주제이다. 재라드는 겨우 일년을 살았다. 그리고 그 인생에 대해 단 한점의 후회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당신은?
이 먹먹한 마음을 안고 다시 조이와 제인과 함께 마지막 행성에서 다시 만나게 될 존 페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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