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거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열린책들 / 리디북스
무기여 잘 있거라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노인과 바다와 함께 헤밍웨이의 유명한 작품이다. 항상 제목만 들었다가 (노인과 바다 제외) 이번에 읽어보기로 했다.
보통 이런 문학 소설들이 흔히 그렇듯, 초반은 읽기 어렵다. 낯선 외국 이름, 묘사, 정서가 가장 먼저 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결국 그 부분을 넘기고 나면 인물과 사건에 조금씩 젖어들게 된다. 프레더릭 헨리는 젊은 미국인으로 이탈리아 군에 속해있다. 그는 의무관인 친구 리날디와 영국 병원의 간호사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캐서린 바클리였고 그는 그녀에게 거짓으로 사랑한다고 하고 그녀와의 밤을 원한다.
헨리는 전장에서 식사를 하다가 눈 앞에서 병사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도 큰 부상을 입는다. 밀라노의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그곳에서 캐서린을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 캐서린은 임신하게 되고 헨리는 그녀와 결혼을 원하지만 그녀는 미룬다. 모두 회복되어 전선으로 복귀한 그는 엠뷸런스로 물자로 옮기는 임무를 하던 중 군에서 탈영한다. 그는 그녀와 함께 스위스로 도망가 함께 지내며 전선과는 먼 생활을 한다. 곧 출산이 다가오고 병원에 있던 그녀는 뒤늦게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가지만 아이도 잃고 캐서린도 출혈이 멈추지 않아 목숨을 잃는다.
사람은 누구나 죽어. 죽는다고.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어 가지. 결코 그 의미를 깨우칠 시간의 여유도 없이. 인간은 이 세상에 내던져진 다음 세상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통지받는 거야. 그리고 그 규칙의 베이스에서 떨어지자마자 세상은 그 사람을 죽여 버리지.
더디던 초반이 지나가자 여러가지 감정들이 몰려들었다. 전쟁을 겪고 있는 헨리는 굉장히 메마른 사람 같았다. 이도저도 아니고 큰 목적이나 의미도 없이 그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캐서린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육체적인 관계만을 원하던 그는 점차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종내에는 아이도, 캐서린도, 모두 잃어버린다.
캐서린은 항상 그의 사랑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여자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괜찮아요. 하지만 난 전에 임신한 적도 없고 심지어 누구를 사랑한 적도 없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려고 애썼는데, 달링, 나는 다시 예뻐 보이겠죠? 예쁜 데다 배가 쏙 들어가면 당신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여자가 되겠죠? 당신은 또다시 나를 열렬하게 사랑해 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리날디가 좋았다. 헨리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 매일 전쟁의 환자를 치료하는 그는 쾌락에 빠져 술과 창녀들을 찾아다닌다.
발정 난 개처럼 유쾌한 기색인데. 잘 자, 귀여운 강아지, 베이비, 별 거 아니야. 전쟁의 무게에 짓눌려 우울하기 짝이 없다니까, 정말이지 베이비, 나도 멋진 외과 의사가 될 모양이야, 그래 알아, 이 휼륭한 앵글로 색슨 청년아.
헨리와 캐서린이 다소 재미없는 밋밋한 인간임에 비해 리날디는 말 끝마다 장난이 가득하고 헨리를 베이비라고 부른다. 하지만 능글능글하고 빈정거리기 잘하는 그에게서는 전쟁으로 인한 허무와 지친 마음이 느껴진다.
전쟁으로 인해 지친 마음과 허무는 헨리에게도 다가왔다. 하지만 그에게는 캐서린이 있었다. 캐서린은 그에게 안녕을 고한다. 조각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듯 헨리는 그녀를 보내고 비를 맞으며 호텔로 향해 걸어간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ARMS는 무기라는 뜻과 팔이란 뜻도 있다. 전쟁과 사랑하는 그녀를 잃은 그, 하지만 작별을 고한 그는 계속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딱, 하고 확실히 느껴지는 문장이나 주제는 없지만, 전쟁의 답답한 분위기와 캐서린과의 사랑과 상실. 이런 것들이 묵직하게 다가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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