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즈 / 김호연
예담 / 리디셀렉트
처음에는 종잡을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장르도 주제도 뭔가 모호해서 '이게 뭐지?'란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다. '이게 뭐지?'란 느낌이 증폭된 순간은 연예인 차유나를 만나고 '고스트라이터'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주인공 김시영은 4년 전 문학상을 받아 책을 출간한 작가이다. 하지만 이후 두 번째 책을 내지 못한 채 이카로스라는 웹소설 작가의 대필 작가를 하고 있다. 인기 웹소설 플랫폼에서 2위를 하고 있는 그가 쓴 작품은 이카로스가 다듬어 맛깔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어려운 생활을 대필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 그의 현실이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납치되어 간 곳은 연예인 차유나에게였다. 그녀는 시영이 고스트라이터라며 그녀의 미래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미래를 쓰고 쓴 대로 캐스팅 된다면 그 대가로 칠백만원을 받기로 한 그는 차유나의 미래를 써내려갔고 그녀는 캐스팅이 되었다. 꿈꾸던대로 이카로스의 뺨을 돈을 넣은 봉투로 힘껏 때리고 나왔다.
시영의 앞에 과거 고스트 라이터였던 오형(오진수)이 나타나고 함께 이카로스 밑에 있던 미은이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제 돈도 있겠다 시간도 있겠다 자신만의 소설을 쓰고 싶었던 시영은 통 소설이 써지지 않아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오진수에게 그에게도 고스트 라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듣고 자신만의 고스트라이터를 찾으려 하다가 결국 가까이 있던 미은이 고스트 라이터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그는 다시 납치를 당한다. 이번에는 차유나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그를 데려온 것은 강태한이고 무명 배우에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사람이었다. 그는 시영에게 고스트라이터가 되어 자신의 지시를 따르라고 강요했다. 전임자의 파일을 살펴보던 시영은 그가 원하는 것이 그를 방해하거나 그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이용해 먹기 위해 그들을 파멸할 시나리오가 짜져있는 파일들이었다. 그는 강태한이 지시한 내용을 쓰면서 그 사이에 자신을 구해낼 텍스트를 적었다. 그리고 그가 적은 글 대로 차유나와 오진수, 박부장, 스미스들이 그를 구하러 왔고 그는 탈출했다.
그들은 거대한 강태한의 손아귀에서 숨기 위해 연락도 끊는다. 하지만 도망다니기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오진수는 자신들이 강태한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가 만화가일 때 작화를 맡았던 데생맨을 찾아간다. 데생맨에게 싹싹 빌고 용서를 구한 오진수는 그와 함께 강태한을 무너뜨릴 만화를 그린다. 한편 시영은 자신을 구한 것이 자신의 글이 아니라 그의 고스트 라이터였던 미은의 작품임을 알게 된다. 그래도 조용히 숨어서 만화를 그리던 시영은 강태한이 자신을 끌어 내기 위해 전 여자친구 송아리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을 벗어난다.
오진수는 상당히 완성된 원고로 다시 나타나서 괴롭히면 가장 잔인한 이야기가 완성 될 것이라 강태한을 협박해 그곳을 벗어난다.
시영은 다시 소설 쓰기를 시도하고 오진수는 강태한에게 3억을 뜯어내서 회사를 차린다. 세상에 꼭 필요한 작지만 좋은 일들을 이루기 위한 고스트 라이터로 살기로 한다. 시영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지만 시영은 거절한다. 성미은은 시영의 이야기를 웹소설로 써내서 이카로스를 이기고 웹소설 1위 작가로 나타난다. 미은의 글로 인해 시영도 두 번째 소설을 완성한다.
3개월 후, 오진수는 술이 의지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은영이의 행복한 미소가 가시지 않던 밤이라는 책을 최근에 발간했고 클라우드 펀딩도 할 것이라고 했다. 시영은 자신의 두 번째 책을 서점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하고 퇴근 후 글을 쓴다.
그는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서 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 이야기를 읽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풍요로워지길 바라며 쓴다. 그와 독자들은 이야기를 나눔으로 풍요로워지고, 살아 있다고 느끼고, 행복해진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힘이 들었다. 지칠 때마다 그는 책상 옆 벽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이작 디네슨의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그래. 희망하지 말 것, 절망하지 말 것, 매일 조금씩 뭐라도 할 것. 그렇게 그는 곡식을 씹듯 글귀를 곱씹고 다시 글을 썼다.
조금씩, 매일.
내용은 그럭저럭 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저자의 글에 대한 애정이 어디서나 묻어나는 느낌이라 그런 부분이 퍽 좋았다. 글을 써 본 사람도, 안 써본 사람도, 글을 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글 쓰는 것을 단순히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해 기계로 찍어내듯이 작법 강좌 같은 것으로 쓸모 있는 내용과 경험 5% 나머지 쓸데없는 말 95%짜리 허접한 책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글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인터넷 댓글이나 카톡을 제외하면 글을 써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니터와 자판 앞에서 혹은 깨끗한 노트 앞에서 펜을 들고 자신의 마음 속, 혹은 진심과 진실을 담은 한 문장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진정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과 '뜻'을 담은 글이 일기나 쪽지라고 하더라도 진정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글 안에 나를 담는 것. 글을 읽는 사람이 글을 쓴 사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글이 아닌가.
일기를 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창작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혼자만 볼 이야기라면 마음껏 쓰면 된다. 개연성이나 케릭터나 구성 따위 무시해 버리면 된다. 하지만 나 외에 누군가가 읽을 글이라면, 읽는 독자를 생각해서 쓴다면 그것은 아주아주 어렵고 높은 능력을 요하는 일이 된다. 자신의 지식을 풀어 놓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경험하고 남들이 흔히 하는 말이 아닌, 자신이 배우고 경험하고 습득한 무언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지식을 전달하는 글도 매우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는 것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생각해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 작업이다.
글을 쓰는 일은 모두 어렵다. 쉽지 않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있다. 아주 기본적인 도구로 거대한 세계가 완성되기도 한다. 세상의 숱한 지식과 지혜가 글로 전해지지 않았던가.
재미도 있었지만 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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