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검은숲 / 리디셀렉트
조세핀 테이의 책을 구입해 놓고도 계속 읽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초반에 흥미를 끌 요소가 없어서인지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읽다가 다른 책을 찾아 봤던 것 같다. 이번에는 그래도 끝까지 읽게 되었는데 중반에 책을 그냥 넘기고 싶은 유혹을 꾹꾹 참아내며 읽었다. 현대의 살인 사건이 난무하고 진행이 빠른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비추이다. 이 책은 사건 자체는 제법 흥미로운 편이지만 진행이 굉장히 느리고 지루한 서술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있다. 사건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꽤 지루하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주인공 로버트와 주변 사람들의 매력과 1900년대 초반의 영국의 시골마을의 느낌을, 지금 현재와 굉장히 다르면서도 비슷한 모습들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요새 들어 기묘하고 낯선 생각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그의 마음을 스친 적이 한두 번 있었다. 그것을 대략 말로 표현하자면 '이게 네가 누리게 될 전부다'라 할 수 있었다. 그 생각이 들면 한순간 가슴이 옥죄어들었다.
로버트 블레어는 블레어.헤이워드.베넷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로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죽을 때까지 지금 이대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인생 방향을 결정해놓고 그대로 행해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만족스럽지만 때때로 이것이 그가 누리게 될 삶의 전부라는 생각은 당혹스럽고 두렵기도 했다. 그러던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몇 년전 프랜차이즈 저택을 유산으로 물려 받은 매리언 샤프라는 여자로 늙은 어머니와 둘이서 함께 사는 마흔 전후의 미혼 여자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생긴 곤란스러운 일을 위해 법적으로 조언을 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베티 케인이라는 한 소녀가 심하게 얻어맞은 채, 원피스에 신발만 신고 돌아왔다. 그녀는 4주간 사라졌었고 그동안 프랜차이즈 저택에 감금되어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샤프 모녀는 그러한 일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베티 케인을 데리고 프랜차이즈 저택으로 온 상태였다.
로버트는 형사 전문 변호사가 아니었음에도 그녀들을 도와주기로 했고, 평범하고 흔들림 없던 그의 일상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사건은 실제로 벌어졌던 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케닝이라는 여성이 집시에게 붙잡혀 있었다고 하며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사건으로 이 사건은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초반에는 집시들이 후에는 엘리자베스 케닝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스포일러****
지루한 일상과 사건의 흐름 끝에 겨우 작은 증거들이 수집된다. 결국 프랜차이즈 저택에서 일했지만 샤프 모녀에게 앙심을 품은 로즈 글린과 그녀의 친구 글래디스 리스의 위증, 베티 케인의 맞지 않은 증언. 하지만 린 아주머니의 기도로 하나님의 사자(?)가 등장하며 확 진행이 되는데, 그는 코펜하겐에서 분홍신 호텔을 운영하는 랑에 씨로 신문에 실린 베티 케인 사진을 보며 자신의 호텔에서 묵었던 채드윅 부인과 똑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도움으로 베티 케인과 2주간 호텔에 머물렀던 버나드 윌리엄 채드윅이 법정에 서고 그의 아내까지 증인석에서 그녀와 함께 있던 일, 그리고 그의 부인이 베티 케인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마구 구타했던 일까지 전부 진술한다. 이렇게 사건이 해결되고 매리언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로버트는 캐나다까지 그녀를 따라가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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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좋아한다면 비추지만, 느긋하게 영국의 시골 밀퍼드를 느끼며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끔찍하거나 잔인한 장면이 들어가지 않아 가볍게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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