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 마크 맨슨
갤리온 / 리디셀렉트
우선 제목에 낚이지 말자. 신경 끄기의 기술에 관한 내용은 비중이 별로 없다. 서평이 극과 극이다. 저자가 비아냥 거리는 어투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기 자랑만 늘어 놓는 쓰레기 같은 자기계발서다라는 평도 있고 인생 최고의 책이었다라는 평도 있고.
나는 후자쪽이다. 비록 인생 최고의 책은 아니였지만, 지금껏 보아온 자기계발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굳이 같은 계열을 찾자면 얼마전에 봤던 스탠드펌과 아주 약간(뻔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친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슷할까. 물론 제목에는 확실히 낚였다.
저자의 자기 자랑, 물론 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확실하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였던(아마도 이 책을 긍정적으로 읽은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충고가 여럿 있는데, 가장 처음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문제와 문제 해결을 위한 고통을 피하지 말고 묵묵히 받아들이란 점이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는 토가 나올 것 같은 운동을, 배고픔을 참고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 고통이 수반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지겨움과 집중력을 흐트리는 다른 모든 것들과 싸우며 견뎌야한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더 성실히, 오랜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 무언가에 특출한 능력을 보이고 잘해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적 투자와 필연적인 '고통'과 '인내'가 따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는 '성공'의 달콤함만 강조하지 그 과정의 '고통'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 '고통'은 실행하고 목표를 이루어 가기 위해 절제하며 인내하고 하기 싫은걸 해나가며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두번째로 좋았던 것은 '행복'을 위해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자기를 인식하는 일은 양파와 닮아 있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중략) 그래서 자기인식의 첫 단계는 자기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중략) 자기인식 양파의 두 번째 층은 우리가 어떤 감정을 '왜' 느끼는지 묻는 능력이다...(중략) 하지만 자기인식 양파에는 더 깊은 층이 있다. 눈물이 가득한 이 세 번째 층은 바로 개인의 가치관이다. '나는 왜 이것을 성공 또는 실패로 간주할까?', '나 자신과 주변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걸까?' ...(중략) 가치관이 우리 문제의 본질을 규정하고, 문제의 본질이 삶의 질을 규정하므로,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또에 당첨 된다면, 돈을 엄청 많이 벌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다면, 크고 좋은 집에서 살게 된다면, 엄청나게 잘나고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꿈에 그리고 상상하던 ~하게 된다면...그리고 그 이후에는?
돈을 다 써버리고 사업이 망해버리고 좋은 집이 1년 후에도 좋게 느껴지지 않으며 그 사랑스럽던 배우자와 매일 싸우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면?
우리의 가치관이 중요하게 여기는 행복의 조건 즉 경제적 풍요, 일에서의 성공, 행복해 보이는 결혼생활 등이 주는 행복이 언제까지 계속 될까. 그것들을 전부 갖춘다면 난 진심으로 죽을 때 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물론 경제적 여유와 직장이나 자신의 분야에서의 기반과 인정, 가족들과의 좋은 관계와 사랑 같은 것들은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자기인식 양파의 가장 안쪽 깊은 층까지 살펴보았을 때, 진정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행복의 요인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데이브 머스테인-메가데스의 기타리스트-와 피트 베스트-비틀즈의 초기멤버-의 이야기를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요인인지 모르겠다면 마지막 장을 읽어보면 된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아주 단순하다. '결국 우린 다 죽어' 죽음을 회피하고 언젠가 아주 먼훗날에 일어날 일, 지금 나와는 상관없는 일, 이렇게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죽음'의 깊고 어둡고 공포스러운 심연을 피하지 말고 실눈을 뜨고라도 진지하게 살펴보기라도 한다면 '가치와 가치관'에 대한 것이 조금은 바뀔수도 있지 않을까.
당신이 대단한 건, 끝없는 혼란과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도, 어디에 신경을 쓰고 어디에 신경을 끌지를 계속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며 나름의 가치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이미 당신을 아름답고 성공적이며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심지어 당신이 깨닫지 못했을지라도. 심지어 당신이 배를 곯으며 시궁창에서 자고 있다 하더라도. 당신도 남들처럼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신도 남들처럼 운 좋게 지금까지 살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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