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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by DORR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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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세종 / 밀리의 서재 

 

스릴러 카페에서 책 리뷰를 읽고 궁금증이 생겼다. 

역사 스릴러는 어려운 점이 많다. 시대적인 배경이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한국 같은 익숙한 역사라면 모를까 저 멀리, 인물의 이름이며 지명도 낯선 스웨덴의 1793년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 스릴러라니. 1973년은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이다. 한국은 머나먼 서쪽땅의 요동에는 영향이 없는 정조 재위 17년째의 시간이었다. 

 

이야기는 4장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시작부터 무언가 마음에 들었다. 1793년 가을. 

전쟁에서 한쪽 손을 잃고 공황발작에 시달리고 방범관 봉급을 받으며 살던 미켈 카르델은 아이의 요청에 따라 호수에서 시신을 건져낸다. 그가 건져낸 시신은 정말이지 끔찍한 모습이었다. 이빨이 전부 빠지고 두 눈도 없으며 두 팔과 다리 모두 없이 몸통만 남은 모습이었다.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고구마 벌레가 떠올랐다)

 

치안총감 요한 구스타프 놀린이 세실 빙에를 불러 사건을 의뢰한다. 세실 빙에는 폐결핵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매우 총명했다. 그는 몇번이나 놀린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고 실적을 쌓는데 도움을 주었다. 빙에는 카르델에게 발견된 시체의 잘린 손발의 상태에 대해 묻고 그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에게 힌트라고는 시체를 싸고 있던 천과 의자 가마 뿐인데 놀린이 곧 치안총감에서 내려오게 되고 빙에의 병세는 더욱 깊어져 사건을 해결할 기미가 안보였다. 

 

2장으로 넘어가면 1793년 여름으로 시간이 앞당겨진다. 갑자기 화자는 크리스토페르 빌릭스라는 젊은이가 죽은 자신의 누이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바뀐다. 술 마시고 방탕하게 놀던 그는 빚을 지고 한 사람에게 팔려가게 된다. 이제 막 빙에와 카르델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한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등장해 분명 그가 살해당한 사람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오히려 피해자(빙에와 카르델이 칼 요한이라 이름 붙인)의 사지를 절단하고 눈을 뽑고 혀를 자르고 이빨을 뽑도록 지시를 받았다. 살기 위해 억지로 지시를 받아 일을 처리하는 동안 그는 점차 피폐해진다. 술에 절어서 괴로워하던 그는 피해자의 반지를 그에게 먹여 그의 신분을 알리려고 한다. 

 

3장으로 가면 전혀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 안나 스티나는 안데르스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엄마가 죽어 고아가 된다. 그녀에게 앙심을 품은 안데르스 때문에 매춘을 했다는 죄목으로 교화소에 들어간다.  사이코패스 같은 페테르손이 교화소의 제소자들을 학대하고, 나오는 음식만 먹으면 영양실조로 죽어간다. 죽어라 물레를 돌리고 실을 짜야 돈을 받아 죽지 않을만큼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같이 일하는 요한나와의 거래를 통해 계획을 짜고 다행이 탈출하게 되지만, 요나탄 뢰프라는 방범관에게 겁탈당한다. 겨우 탈출한 그녀는 요한나가 알려준 칼 툴리판의 망나니 술집에서 로비사 울리카란 이름으로 그의 딸로 살아가게 된다. 그는 이혼하고 멀어진 딸을 매우 그리워하며 망가졌지만 그녀가 자신이 울리카라고 말하며 왔을 때, 그녀가 진짜 자신의 딸인지 아닌지 묻지 않고 그저 받아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 임신을 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를 죽이려고 방법을 알아보다가 술에 절어 있는 빌릭스를 만나게 되고 그를 도와준다. 그는 그녀와 혼인을 약속하고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말한 뒤, 자살을 한다. 그는 아이를 살리는 대신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4장에서는 빙에가 죽어가던 중 카르델이 블릭스의 편지를 받고(누이에게 쓰던 편지를 보냈다) 사건의 해결책을 찾았다고 빙에를 간호하고 일으켜준다. 두 사람은 반지의 행방을 찾고 죽은 사람이 누구였는지와 범인까지 찾아낸다. 범인은 세실에게 순순히 항복하여 수감된다. 범인은 요한네스란 자였고 지독하게 외롭고 공허한 사람이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혁명 가운데 감옥에 갇혀있다가 살아 돌아왔다. 피해자 칼 요한 즉, 다니엘 데발은 전 치안총감 릴옌스파레의 정보원이었다. 프랑스에서 돌아오던 길에 요한네스는 다니엘 데발을 만났고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었던 중에 요한네스는 그가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분노해 끔찍한 방법으로 그를 살해한 것이었다. 빙에는 다니엘 데발이 릴옌스파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찾아 요한네스에게 알려준다. 그 편지에는 요한네스를 의심했지만 그는 죄가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니 정보원을 그만두겠다는 내용이었다. 

 

제가 본 세상에서 인간이란 헤로운 짐승, 힘겨루기를 하느라 서로를 갈기갈기 물어뜯는 피에 굶주린 늑대에 불과합니다. 노예가 주인보다 선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힘이 약할 뿐입니다. 죄 없는 자들이 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힘이 약할 뿐입니다. 죄 없는 자들이 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악한 일을 저지를 힘이 결여되어서입니다. 

 

사람들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고 파괴하려던 생각을 갖고 있던 요한네스. 빙에는 사실 다니엘 데발의 편지를 해독하지 못했다. 그저 꾸며내어 요한네스를 설득하여 그는 사형당했다. 사실 그 편지 내용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한편 카르델은 블릭스에게 사기를 쳤던 자들에게서 돈을 받아내 블릭스에게 돌려주려고 했지만 그가 자살을 하자 안나 스티크를 찾아간다. 안나는 그가 자신을 잡으러 온 방법관인줄 알았지만 결국 그에게서 큰 돈을 선물 받는다. 

 

이 이야기는 3부작이라고 한다. (원작 제목이 1793이고 1994, 1795가 시리즈의 끝이다.)카르델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빙에와 함께 하는 3부작이 될 것 같은데...빙에가 워낙 오늘내일하는터라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면서도 걱정스럽다. 아무래도 1975에서 빙에가 죽으며 끝이 나는걸까 하는 우려가 ㅠㅠ

사람들이 극찬하는 이유가 있다. 어디를 읽으나 시대 상황이 촘촘하게 깔려 있으면서 매력적인 주인공들과 잘 어우러진다. 매우 끔찍하고 잔혹한 요한네스는 그의 성장 배경이나 그가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 같은 것이 너무 멀게 느껴지면서도 가깝게 느껴졌다. 나와 시대도 성격도 나라도 너무나도 다르지만, 그의 증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참 묘하게 다가왔다. 

 

어딜보나 흠잡을 곳 없는 매력적인 소설이라 역사 스릴러를 안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다음 권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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