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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 톨스토이

DORR 2022. 10. 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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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펭귄클래식 / 리디북스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서 모임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다시 읽어도 너무 좋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일반적인 죽음'이라고 느껴진다.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사고나 자살의 경우를 제외하고 질병으로 죽는 경우가 전체 사망의 70%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 말은 나의 죽음 또한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 될 가능성이 70% 이상이란 이야기다.(건강 관리에 신경 좀 써야 하겠다) 그만큼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흔한 죽음, 일반적인 죽음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또한 당연하게도 이반 일리치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이반 일리치에게 자기 자신은 언제나 아주 특별한, 일반적인 인간과는 전혀 다른 그런 존재였다.

 

'나'는 가장 특별하고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느낀다는 것. 나는 평범한 사람이야,라고 말하지만 '나는 나니까 특별해',라고 생각하는 마음.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특별하게 생각하는 나 또한 이반 일리치처럼 일반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누구나 겪을 만한 죽음의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독서 모임 멤버들과도 이야기했던, '죽은 사람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장례식장 너무 피곤한데 집에 가면 무언가를 해야지', '죽음은 아직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거야하는 생각들'. 그러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 앞에 사람들이 갖고 있던 생각들은 내가 하는 생각과 비슷할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이 대목에 밑줄을 그었었다.

 

죽음은 삶의 대극(對極)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대극'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해 갸웃했다. 아니, 이 문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 죽음과 더 가까워질수록 나는 그 의미를 조금씩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죽음은 일반적인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죽었고 베토벤도 죽었고 간디도 죽었다. 나의 아버지도 죽었고 나의 사랑하는 강아지 복돌이도 죽었으며 나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나의 죽음을 생생하게 일깨워준다. 죽어가는 과정과 죽어가며 생기는 감정의 변화까지.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라는 문장 앞에서는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 병이 생각난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다'

 

결국은 죽음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순간, 그때는 기쁨으로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그의 눈앞에서 허망하게 녹아내리면서 아무것도 아닌 하찬은 것으로, 더러는 구역질 나도록 추한 것으로 변해 버렸다.

 

이반 일리치는 법도에 어긋나지 않고 올바르고 품위 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의 기쁨이고 품위였던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 추악한 것들로 변했다. 죽음을 앞두고 나의 삶, 우리의 삶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 우물쭈물하다가 놓친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이 이야기는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여 더욱 값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