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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서판(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 스티븐 핑커

DORR 2022. 9. 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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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서판 /스티븐 핑거

사이언스북스 / 시립도서관

 

 

문유석 작가의 쾌락독서에서 스티븐 핑커에 대한 칭찬이 나와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예약 대출로 신청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책이 너무 두꺼워서 놀랐다. 게다가 내용은 어찌나 어렵던지. 이 책을 읽으면서 물리식이 나오는 과학책, 통계나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총균쇠는 읽기 쉬운 편이였구나 깨달았다. 인간의 본성을 과학과 인지,언어심리학 및 뇌과학, 행동 과학 등등으로 다각도로 풀어 낸 이 책은 읽고 있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가면 갈수록 내용에 흥미가 있어서라기 보다 오기가 생겨서 읽었다. (하나하나 이해하면서 정독하려면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다)

 

빈 서판은 '인간이 태어날 때, 텅 빈 상태로 태어나(빈 서판) 이후에 환경과 문화와 여러가지 영향으로 채워진다'는 이론이다. 스티븐 핑커가 이 책의 제목을 빈 서판이라고 붙인 이유는 이러한 '빈 서판' 이론이 틀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인간의 본성이 착하고 폭력적이지 않다는 '고상한 야만인'론과 인간의 몸은 육체적이고 물질적이지만 정신은 몸과 다르게 분리 되었다는 '기계 속의 유령'론까지 빈 서판 이론과 함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답답해 하는 것이 느껴진다.

 

스티븐 핑커가 주장하는 바는 인간의 본성과 재능, 지능등은 태어날 때 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진 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100% 유전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예에서도 그렇고 핑커가 주장하는 부분은 약 40~50% 정도이다. 그것은 행동 유전학 3가지 법칙에서 잘 드러난다.

 

제 1 법칙 : 인간의 모든 행동 특성은 유전적이다. (약 50%)

제 2법칙 : 한 가족 내에서 양육되는 것의 효과는 유전자의 영향보다 작다.(0~10%)

제 3법칙 : 복잡한 행동 특성들의 편차 중 상당 부분은 유전자나 가족의 영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40~50%)

 

그는 정치, 폭력, 성, 어린이, 예술과 인문학등에 걸쳐 이러한 이론을 이야기한다.

 

매우 어려운 책이지만, 꽤 흥미로웠다. 이론에 대한 설명을 하는 초반부는 지루하고 읽기 어려웠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평소에 생각하던 부분(남성과 여성의 성 차이에 따른 성향과 능력 차이)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성실성이라는 성향이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예를 들면 유전적으로 성실성을 타고난 사람과 내가 똑같이 무언가를 행한다고 하면 성실성을 타고난 사람에 비해 나는 성실하지 못할 것이다. 상대방이 50%만 노력하면 될 것을 나는 100% 이상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 편차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여튼 그렇다.)

 

핑커는 자신의 이론이 각자 다른 요인을 지닌(인종, 성별, 등등) 사람들간의 차별을 일으킬 수 있지만 정확히 알고 있어야 차별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인종 차별, 성 차별, 전쟁, 정치적 불평등이 논리적으로 박약하거나 현실적으로 틀린 이유가 그것이 애초에 인간 본성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빈 서판, 고상한 야만인 등의 이론) 나태한 논리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p.219

 

물론 이 모든 이론과 과학적인 사실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고 과학적으로 놀라운 사실이 언제든 새로 발견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가치나 사상, 이론등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_교양있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감추어진 편견을 항상 자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각과 객관적 사실에 따라 그것을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p.47 –19세기나 20세기의 위대한 학자들도 인종 차별, 성차별 적인 생각(과학의 후광-종의 기원)을 당연시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_학습을 위한 선천적 회로가 없다면 학습이 불가능 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정한다는 점이다. 웨스트폴의 선언문 「선천성 재고」 p.79


_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이고,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을 가진 가련하고 불행한 사람은 아마 부분적으로 그들의 유전자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이고, 우리들 중에도 남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한 경향이 두드러진 사람은 틀림없이 유전자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p.103 –다섯가지 주요 성격차원은 모두 유전적인데, 모집단에서 나타나는 편차 가운데 대략 40~50퍼센트는 유전자 차이와 강하게 결합 되어있다.


_어느 경우든 유전학과 신경학은 어두운 마음이 항상 부모와 사회 탓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p.104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가 1976년도 에 출간된 작품이라니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불었던 인문학 열풍에 인기를 얻은 것일까? 이 전에는 주목 받지 못했던 책이 갑자기 인기를 끌었다니...'ㅁ'


_인간 본성에 대한 주장이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사람은 없다.(...) 인간 본성의 새 과학들에 대한 비판은 정상적인 학문 토론의 경계를 훨씬 지나쳐 버렸다. 그것은 괴롭힘, 중상, 왜곡, 변조로, 최근에는 잔인한 모욕으로까지 변질되었다. 나는 이 편협한 행동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20세기 들어 빈 서판이, 수호자들이 생각하기에, 완벽하게 믿는다고 종언하거나 아니면 관례를 완전히 끊어야 하는 일종의 신성한 교의가 되었다는 것이 한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급진적”사상가들이 그들 자신의 설교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종 차별, 성 차별, 전쟁, 정치적 불평등이 논리적으로 빈약하거나 현실적으로 틀린 이유는 그런 것이 애초에 인간 본성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나태한 논리에 빠지고 말았다. p.219


_문제는 우리종이 “악하고 파괴적”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우리가 선하고 건설적인 동기들과 더불어 악하고 파괴적인 동기들을 품고있는가 아닌가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 동기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 할 수 있다. p.228 -죄악, 폭력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모두 유전자에 물어버린다면 확실히 복잡해 질 것 같다.


_공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는 점에서 옳았다. “인간 본성은 비슷한데 습성이 다르다” p.255


_이 모든 작용을 고려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얻게 된다. 즉 사람들은 질적으로는 같지만 양적으로는 다르다. 그 양적차이는 생물학적으로 크지 않으며, 인종 집단이나 민족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것보다는 한 인종 집단의 개별 구성원들 사이에서 훨씬 더 크게 발견된다. p.257


_그녀는 동성애자들에게 동성애란 “생물학적 오류”이므로 치료를 통해 성적 성향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이런 종류의 도덕적 논리는 생물학에 완전히 무지한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도덕적인 사람들이 칭찬하는 대부분의 행돌들-배우자에게 충실 할 것, 반대쪽 뺨도 내미는 것, 모든 아이를 소중히 다루는 것,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 등- 이야말로 “생물학적 오류”이고 다른 동물의 세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완전히 부자연스러운 행위이다. p.293


_교육은 빈 서판에 무언가를 쓰는 것도, 아이들의 고상함이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은 인간의 마음에 선천적으로 부족한 능력들을(글자 익히기, 셈, 과학) 보충하려는 과학 기술에 가깝다.


_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비극은 친족에 대한 감정과 친족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감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이 세계의 가장 뿌리깊은 차별 중 하나이다. p.429


_마르크스 주의는 오늘날 거의 모든 곳에서 적어도 현실적 측면에서는 실패한 실험으로 간주되고 있다. 마르크스 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은 분리했거나, 마르크스 주의를 포기했거나 반역사적인 독재 체제로 회귀했다. 개미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 윌슨은 마르크스 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최종판결을 남겼다. “이론은 훌륭한데 종(種)이 틀렸다. p.517


_학문의 세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판을 거부하고 도그마로 쉽게 빠지는 이데올로기적 숭배 집단이 출연하는 것을 목격한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여성운동에도 그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여성평등운동(Equity feminesm) 성차별을 비롯한 여성에 대한 모든 불공정 행위에 반대한다. 이 운동은 계몽운동에서 시작된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적 전통에 포함된다.
*성별반대여성운동(Gender feminism)은 남성 지배가 만연하고 있는 성적체계가 여성들을 계속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원래 야성적 특질을 지닌 유아들을 명령하도록 정해진 남성적 개성과 보종하도록 정해진 여성적 개성으로 변형시키고”있다는 것이다. p.596


_마음속에서 3차원 문제를 회전시키고(심적 회전) 공간을 조작하는 능력은 남자들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여자는 지표와 사물의 위치를 기억하는 일에 뛰어나다.
*종형 곡선이 부분적으로 중복 될 때, 꼬리쪽으로 멀어질수록 집단간의 격차는 더 커진다. 왼쪽 고리에는 독서 장애, 학습 장애, 주의력 부족, 정서 장애, 정신 지체 등이 있고 오른쪽 꼬리에는 수학 과목(800점 만점) 700점 이상상의 학생-평균은 비슷함-중 남학생의 수가 여학생의 수보다 13분의 1정도로 높다가 있다.
*남자는 언어로 된 수학문제를 잘 풀고 여자는 수학적 계산을 더 잘한다. 여성은 표정과 신체언어를 읽는데 훨씬 더 뛰어나다 p.603


_재능과 기질에 반영되는 행동 특성들, 가령 언어에 얼마나 능숙한가, 얼마나 종교적인가, 얼마나 자유주의적인가 또는 보수주의적인가 등은 유전적이다. 일반 지능은 유전적이고, 사람들의 성격에 차이를 부여하는 여섯 가지 주요 특성 또한 유전적이다. 그 다섯 가지 주요 특성은 지적개방성, 성실성, 외향성-내향성, 적대성-친화성, 정서 안정성인데 이는 OCEAN이라는 약자로 지칭하기도 한다. p.656


_문학에는 세 가지 목소리가 있다고 로버트 스토리는 말한다. 작가의 목소리, 독자의 목소리, 인류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소설가는 우리에게 모든 예술의 필수 요소인 인류의 목소리를 일깨우고 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내기에 적합한 주제를 전져준다. p.734


_빈 서판은 우리가 진실이기를 희망하고 기원해야 할 어떤 이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럿은 우리의 보편적 인간성, 우리의 선천적 관심사, 우리의 개인적 선호를 부인하는 비인간적 이론이다. p.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