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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인간 - 김동식

DORR 2021. 3. 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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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인간 / 김동식 

요다 / 밀리의 서재 

 

굿나잇 독서 모임 선정 책이었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이 짧은 이야기 중 한 가지가 낯익어 살펴보니 왓섭님의 공포라디오에서 들어본 적 있었다. 

 

김동식 작가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짧은 소서을 올리고 호응을 얻고 피드백을 받으며 글을 발전시켜 왔다. 10년 동안 공장에서 상상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고 300편의 짧은 소설 가운데 묶어 소설집을 펴냈다고 한다. 

 

그의 소설들은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대체적으로 어둡고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질문만을 남기는 식이다. 답은 주지 않고 질문만을 남긴다. 하지만 종종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들도 있다. 

 

*회색인간 : 지저 세계 인간들이 대도시의 만 명을 납치해 땅을 파는 일을 시킨다. 지독한 노동과 굶주림 속에서 사람들은 회색 인간이 되어 간다. 감정이 없고 배고픔만을 느끼는 사람들. 그러던 중 한 여자가 노래를 부른다. 어떤 남자는 그림을 그린다. 돌을 맞았던 그 사람에게 누군가 빵을 가져다 주었다. 그들에게는 희망이 생겨났다. 그들은 더이상 회색인간이 아니었다. 

 

* 무인도의 부자 노인 : 무인도에 배가 침몰했다. 살아 남은 10명은 식량을 아끼고 그 가운데 노인에게는 음식을 나눠주지 않기로 했다. 노인은 자신이 부자라고 했다. 살아 돌아가면 돈을 주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사회로 돌아가면 받게 될 가상의 돈을 통해 거래를 하고 사람답게 살았다. 그들이 구조되고 노인은 사실 자신이 가난하다고 고백했지만  그들은 노인덕에 자신이 짐승이 아닌 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낮인간,밤인간 : 전 인류가 좀비가 되었지만 특정 시간을 기준으로 인류의 절반은 낮에는 반은 밤에만 좀비가 되었다. 그들은 서로를 적대하고 충돌했다.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서로를 증오했다. 갑자기 저주가 풀려 모두 인간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저주했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위해 자신을 묶는 부부도 존재했다. 

 

*아웃팅 : 사회 속으로 감쪽같이 녹아든 인조인간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고 일반 사람인 줄 알았던 인조인간을 찾아내 밝히는 것을 아웃팅이라고 한다. 최기자는 후배 꽁치와 함께 인조인간을 만든 것으로 예상되는 외계인을 찾아 510구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꽁치도 인조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멸종 위기 동물] 인간이란 팻말과 함께 철창 안에 있는 10명의 사람들을 발견한다. 최기자는 전 인류를 아웃팅한다. 

 

*신의 소원 : 신의 메시지가 왔다. 인간의 대표자를 정해 그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대표자는 살인자 잭이 되었고 인류는 반발해 그를 죽인다. 다음에는 한쪽 팔이 없는 마르크스였고 그는 죽임을 당했다. 그 다음은 김군, 다음은 스크류지였다. 마지막으로 8살 소녀가 선택되었고 그 아이는 평등,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다. 바퀴벌레도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 정책에 따라 손가락이 여섯개인 신인류가 만들어졌지만 정책이 바뀌어 신인류 프로젝트는 폐기 되었다. 하지만 이미 손가락이 여섯개로 태어난 아이들이 존재했다. 차별을 걱정한 부모들, 그리고 언론에 의해 차별을 없도록 하자는데 전 인류가 동의했다. 여섯 손가락을 희화화 한 톱클래스 연예인은 사회에서 매장되어 다시는 재기하지 못헀다. 사람들은 차별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장애인 차별, 인종 차별, 성 소수자 차별에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상에 모든 차별이 사라졌고 손가락이 여섯개인 신인류 아이들은 놀림을 당하지도 않고 스스로도 창피해하지 않았다. 그것은 별것 아닌 당연한 일이었다. 

 

*디지털 고려장 : 인류가 포화상태가 되자 데이터상의 가상 지구로 이주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김남우는 자신의 아버지를 가상 지구로 이주시켜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본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데이터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는데 그는 매번 미룬다. 하지만 김남우 자신은 작년과 똑같은 한 해를 다시 보내고 있었다. 

 

*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소년은 일행들의 식량을 훔쳐 희망의 벽으로 도망간다. 그곳에서 소녀와 마주쳤고 벽 안의 사람들은 소년과 소녀 중 하나만 구해야 했다. 소녀는 자신이 아끼던 초코바를 소년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벽 안쪽의 사람들은 소녀가 초코바 쓰레기를 아무곳에 버렸다는 이유로 소년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운석의 주인 : 지구와 운석의 충돌이 예상되어 있는데 운석의 최종 충돌 위치는 계속 변동되었다. 김남우의 이동에 따라 운석이 따라간다는 것이 밝혀지자 지구에서는 그를 우주로 보낸다. 하지만 운석 뿐 아니라 지구도 김남우를 따라 움직였다. 

 

*보물은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 김 대리는 정대리의 날씨를 움직이는 쇠구슬을 훔쳐낸다. 김대리가 만지니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아내가 만지니 구름이 끼었다. 아이에게 쇠구슬을 만지게 하자 지진이 일어나 아파트가 넘어갔다. 보물은 만진 사람의 좋아하는 날씨로 바뀌었고 아기는 지진의 흔들림을 좋아했었다. 그는 보물의 사용법을 최후의 순간까지 몰랐다. 

 

*돈독 오른 예언가 : 앞 날의 불행한 사고를 예측하던 예언가가 나타났고 그는 사람당 천 만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그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다. 정부는 세금으로 비용 지급을 거부했고 목숨을 구한 사람들에게 자비로 내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차 그에게 돈을 주지 않고 배짱을 부렸다. 그는 결국 침묵했다.  사람들은 욕심이 많다며 그를 비난했다. 결국 예언가는 미국의 제안을 따라 인당 3천만원의 금액으로 이민을 가기로 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그를 설득했지만 그의 능력은 미국에서는 축복이었다. 그가 떠나자 사람들은 국보를 빼앗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인간재활용 : 두석규 회장은 딸을 살리기 위해 주술을 통해 시체 세 구를 넣어 한 명이 부활하는 주술을 시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살아나고 이는 7명 중에 1, 23명 중에 1도 실패했다. 결국 47분의 1까지 실행했지만, 다른 영혼들은 다음 기회를 위해 두석규의 딸을 먼저 찢어발겼다. 

 

*식인빌딩 :  빌딩에 갑자기 입술 그림이 나타났고 그림이 움직이며 사람들을 잡아 먹었다. 빌딩을 공격하자 그림은 늘어났다. 도망가는 사람은 빌딩에게 잡혀먹었고 빌딩 안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요구를 하며 사형수들을 먹이로 주라고 하고 자살자들이 희생하라고 하기까지 했다. 탈출의 희망이 없던 전자 상가 건물에서 폭발을 일으켜 탈출을 시도했고 이기적인 소수는 식인 빌딩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었다. 

 

*사망공동체 : 저승에서 사망률이 너무 낮다며 영혼의 짝 한 명이 죽으면 다른 한 명도 사망하는 정책을 통과시켰다. 영혼의 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쟁을 중지시키고 평화를 위해 개입하며 사형도 폐지되었다. 3세계에 대한 지원이 쏟아지고 목숨값은 평등해졌다. 자살자를 위해 노인 복지를 위해 사망을 줄이려 애섰다. 저승에서는 사망률이 늘지 않자 세 배 정책을 펼쳤ㅎ다. 사람들은 픽사적으로 노력해 늙어 죽는 것 이외의 죽음은 줄이기 위해 애썼다. 심지어 노화 방지약을 개발했다. 저승에서도 사람들은 노화로 소멸하지 않고 저승에서 영원히 노동할 수 있게 되었다. 저승은 이승의 사망 시스템을 원래대로 돌려 놓았다.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가 :  우주에서 거대한 살덩어리가 지구로 떨어져 도시의 사람들은 살덩어리에 섞여 상반신만 돌기처럼 돋아났다. 그들을 인간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대립하다 결국 '다이어트' 작전명의 대공습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대공습의 작전명은 '숭고한 희생'으로 바뀌었다. 

 

*흐르는 물이 되어 : 정화수란 물이 발명되었다. 물에 들어가면 몸이 녹아버리고 다시 돌아오는데 인간을 완벽한 컨디션으로 만들어 주었다. 다만 여러가지 주의 사항이 있었다. 사람에게 뿌리면 안되었고 여럿이 사용하면 안되었다. 하지만 이 최고의 컨디션을 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온갖 폐해가 발생했고 공장이 무리하게 돌아가다가 정화수 공장은 폭발했다. 이후 첫 비가 내렸을 때 정화수 비가 내렸고 사람들은 모두 흐르는 물이 되었다.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 : 영원의 구라는 것이 갑자기 외계인이 선물해 주었고 그 덕분에 인간들은 영원히 늙지 않았다. 늙지 않는 사람들은 좋았지만 10살 전후의 인류진화위원장은 투표로 사용여부가 결정되는 영원의 구 투표 결과에 승복할 수 없어 구 관리 시설에 침입해 구를 파괴시킨다. 하지만 외계인의 선물인 영원의 구는 거짓이였고 외계인은 인류에게 성장하지 못하는 저주를 내렸던 것이 진실이었다. 

 

*공박사의 좀비 바이러스 : 공박사는 세포의 노화를 막으면 불로불사가 가능하다는 연구를 발표해 지원을 받았지만 성과가 없자 지원은 끊어졌다. 그는 복수를 위해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하지만 눈이 빨개지는 것 외에는 다른 부작용이 없었고 오히려 모든 병이 사라지고 탈모가 치료되고 상처와 잘린 손가락도 재생되었다. 아픈 사람 없고 장애인이 없고 쉽게 사망하지 않는 사람들은 만족했다. 하지만 공박사는 진정한 복수를 시작했다. 그는 안개를 퍼트려 좀비 바이러스를 없애버렸다. 사람들은 큰 상실감을 느꼈다. 공박사의 복수는 성공했다. 

 

*협곡에서의 식인 : 협곡에 고립된 김남우는 중년 사내와 중년 여인과 그의 두 딸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굶주림에 지쳤고 제비를 뽑아 한 사람을 먹고 나머지가 살아남기로 했다. 중년 남자는 두 딸이 뽑히면 중년 여인이 자신을 희생할 것이 뻔하다고 그래서 자신들은 확률이 낮다고 말하며 김남우가 걸리면 자신이 그를 죽이고 그 외에 다른 사람이 걸리면 김남우보고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김남우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비뽑기를 하게 되자 김남우는 자신이 뽑히면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았고 둘째딸이 뽑혔다. 김남우는 약속대로 둘째 딸을 죽이려고 했지만 중년 남자는 김남우를 죽였다. 사실 그는 두 딸의 아빠였다. 그들은 김남우가 협곡으로 떨어지자 그에게는 가족인 것을 숨기자고 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김남우의 미래는 정해져 있었다. 그들은 김남우 덕분에 구조되어 살아났다. 하지만 김남우는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았었다. 

 

* 어린 왕자의 별 : 갑자기 UFO가 나타나 사람들을 납치해갔다. 해가 쨍쟁하고 물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별에 갇힌 납치된 사람들 중 청년이 해를 피하기 위해 땅을 파냈다. 그는 흙을 파다가 흙과 돌을 먹었는데 그게 먹을만했다. 갈증도 해결되었다. 게다가 땅은 사람들의 배설물도 흡수했다. 사람들은 집도 지었다. 그렇게 결혼도 하고 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어느 우주의 가정집에서 아이가 책상 위의 구조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여왕이 누구냐고 물었고 아들은 여왕이 없는 종이라 번식이 느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금방 질려 저번처럼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라고 말한다. 

 

*444번 채널의 동굴인들 : 갑자기 444번 채널에서 이상한 방송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동굴에 50여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고 그들은 절망했고 무기력했고 배고팠다. 사람들은 이 리얼리티쇼를 흥미롭게 보았다. 그들은 그룹을 나누었고 다투고 싸우다 시체를 먹는 식인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444번 채널에 열광했다. 최후의 동굴인 라스트맨이 결국 자살을 했다. 그는 죽기 전 공허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라스트맨은 손으로 무언가를 돌리는 했고 갑자기 444번 채널은 사라졌다. 열기가 식었고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잊었다. 그리고 갑자기 555번 채널이 시작되었다. 

 

*지옥으로 간 사이비 교주 : 사이비 교주가 지옥에 갔는데 악마들을 그를 지극히 대접하며 지옥에서 종교를 만든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는 종교를 믿고 따르다보면 환생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지옥의 사람들은 환생의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악마들은 교주를 찢어발기고 그들의 고통이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옥을 버티게 해주었던 유일한 희망의 배신이 지옥에서 겪은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이었다. 

 

*스크류지의 뱀파이어 가게 : 뱀파이어 잭은 피를 얻고 상대방에게 젊은을 주었다. 스크류지는 그를 사서 젊음을 판다며 그에게 억지로 흡혈을 하도록 시키고 돈을 벌었다. 잭이 혼자 감당할 수 없자 인간을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로 만들어 젊음은 계속 팔렸고 스크류지의 뱀파이어 가게는 전세계적인 체인점이 되고 그는 부자가 되었다. 어느날 잭은 스크류지를 제압했다. 그에게 흡혈을 당한 인간은 뱀파이어가 될 수 있었고 결국 지구에는 인간이 소수가 되었다. 50년 뒤 '잭의 인간 가게'가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피노키오의 꿈 :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나타났다. 나무로 인형을 만들어 말벗을 삼던 노인에게 어느날 그 인형에 생명이 깃들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피노키오는 신이 자신에게 생명을 주었다고 말했다. 피노키오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팬덤이 생겨났다. 영향력이 커지자 국가와 종교는 서로 피노키오를 자신들의 관리하에 두길 원했다. 신이 나타나 피노키오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그러자 피노키오는 기뻐하며 말했다. 건강한 소나무가 되고 싶다고 소원을 빌어 소나무가 되었다. 

 

24개의 단편들이 이와 같이 뜬금 없으면서도 끔찍한 상황으로 인간들을 몰아 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갑자기 인간들이 영원히 늙지 않고, 정화수가 개발되고, 착취 당하던 뱀파이어가 인간을 착취한다. 기발하고 상상력이 뛰어난 발상들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조명하고 가끔은 희망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스토리가 재미있고 반전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문장은 없었지만 짧고 강한 인상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었다. 하지만 너무 무겁다고 할까. 10권에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오랜 시간을 갖고 하나씩 천천히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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