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하우스 - 찰리 돈리
수어사이드하우스 / 찰리 돈리
한스미디어 / 러스웰(네이버 카페)
오랜만에 취향저격 스릴러를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혹은 주인공 멤버들이 등장하는 시리즈 물이면서 잔혹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사건이 등장하는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 뭐, 대부분의 스릴러 독자들이 그러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까 싶지만. (개인적으로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 심리 스릴러는 선호하지 않는다)
수어사이드하우스는 좋아하는 스릴러의 요소들을 한데 잘 묶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책 소개글만 보아서는 이것이 미스터리인지, 스릴러인지, 호러물인지 애매모호하게 느껴지지만, 살인이 있고, 범인이 있고, 사건을 쫓는 자와 범인을 쫓는 자들이 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서 야금야금 아껴먹는 기분으로 읽다가 중반을 넘어서서는 도무지 견디지 못하고 마구 책장을 넘기며 주인공들을 쫓아가기에 급급했다.
이야기는 한 남자가 상담사 앞에서 일기장을 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어린 시절 기찻길과 동전, 형의 죽음에 대해 고백한다. 상담사는 충격 받았냐는 그의 질문에 '전혀'라고 답한다.
일년 전, 웨스트몬트 사립학교의 버려진 사택에서 학생 두 명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 사택에서 살해당한 학생들과 함께 있던 나머지 생존자 중 둘이 버려진 사택으로 돌아가 자살했다. 이 사건은 유명해져 맥 카터라는 유명 진행자가 팟캐스트로 방송하게 된다.
이 소설에는 사건을 쫓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팟 캐스트를 진행하는 맥 카터와 일 년전부터 사건을 쫓던 기자 라이더 힐리어가 있다. 맥 카터와 라이더 힐리어가 함께 사택으로 갔다가 생존자 중 하나인 테오 콤프턴의 자살 장면을 목격한다. 라이더 힐리어는 그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버린다.
덕분에 더 유명해진 맥 카터의 팟캐스트에 출연하기로 한 법정 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러 레인 필립스 박사는 연인이자 시카고 경찰서 소석 범죄 재구성 전문가 로리 무어에게 인디애나로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로리 무어는 굉장히 매력적인 케릭터이다. 뛰어난 지능과 기억력을 갖고 있는 대신 끔찍한 강박증을 갖고 있다. 그녀의 강박증을 해소해주는 것은 두 가지다. 범죄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망가진 도자기 인형을 복원하는 것. 그 두 가지 일은 강박증으로 엉망인 그녀의 삶을 안정시켜 주고 만족감을 주었다. 그녀의 섬세한 도자기 인형 복원 작업에 대해 읽고 있다 보면 복잡한 나의 생각마저 가지런히 정리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미스터리한 인물인 마크 맥커보이도 등장한다. 그는 웨스트몬트 사립학교의 비밀 동아리인 '맨인더미러'에 초대되길 바랬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오랫동안 품고 있던 분노를 안고 작년, 그 사건이 있던 날 웨스트몬트 사립학교의 사택으로 향한다.
범인의 일기장 고백과 일년 전 사건, 그리고 현재의 진실 찾기가 교차하며 이야기는 점차 미궁으로 빠진다. 과연 누가 범인일지, 진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한다.
* * * 스포일러 * * *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한다. 범인의 일기장 고백으로 인해 상담사로 의심이 들며 교장인 가브리엘레 해노버와 크리스천 캐스터도 의심스럽고 살인 계획서까지 있는 찰스 고먼이 범인이라 사고가 난 것으로 위장한 것이 아닌가 싶은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범인은 크리스천 캐스퍼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얻어 맞은 엄마가 병원으로 가고 나서 다음날 아버지를 자살로 위장해 죽인 그는 기찻길에서 동전으로 놀면서 위탁 가정의 형을 죽이고 웨스트몬트의 맨인더미러 의식에 두 학생을 살해 한 뒤, 자신의 상담시간에 그 사건에 대해 털어 놓은 생존자들을 자살로 위장해 죽였다. 그는 찰스 고먼의 살인 계획서를 이용해 그대로 학생들을 죽였으며 그를 찰스 고먼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는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를 데려와 그녀의 앞에서 상담을 하며 일기장을 읽었다. 어머니는 '전혀' 라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맥 카터와 레인 필립스도 죽이려 했지만, 레인 필립스는 로리 무어에 의해 죽음을 면한다. 마크 맥커보이는 살인이 있던 밤, 사택으로 가다가 생존자들에 의해 차에 치이고 그웬이 그를 계곡 밑으로 떨어뜨리고 비밀로 하기로 했다. 거스 형사와 로리의 활약으로 크리스찬 캐스터는 정당반위에 인한 살인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라이더 힐리어는 맥 카터의 팟캐스트를 이어서 진행하게 된다.
* * *
저자가 흩어놓은 여러가지 심리적 트릭에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내내 범인으로 의심하며 (사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범인처럼 느껴진다!) 촉을 세웠던 이가 범인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스릴러 독자로 지내며 어지간하면 범인을 잘 찾아냈는데 오랜만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굉장히 유쾌했다. '전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쯤 기가 막혔을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지루할 틈 없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 더없이 매력적인 로리 무어라는 인물. 한숨이 나올 정도로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읽은 이야기였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로리 무어가 등장한다는 '어둠을 선택하는 자'도 꼭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