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시공사 / 리디셀렉트
이번 이야기는 색다른 분위기이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여자 주인공이 화자이다. 양친이 모두 돌아가셔서 사립대학의 문학부장이자 영문학자인 백부님 우에스기 세이야(정확히는 이모님의 남편임)가 거두어 준 미야모토 오코네라는 아가씨가 주인공이다.
긴다이치는 등장하는 듯 마는듯 하고 사건 해결도 무언가 시원치 않은 느낌이고 오코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다소 답답하고 어리둥절한 느낌이 있다. 물론 긴장감과 나름의 서스펜스가 있지만......, 그러한 장점을 부각시키기엔 단점이 너무나 커서 솔직히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아무리 시대적인 배경이 있고 '일본'이란 나라가 배경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니 어쩌니 하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여성에 대한 모든 환타지를 모아놓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상황과 내용에 혀를 찼다.
아무리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라 해도 혼절해서 호텔에서 자고 있는 아가씨를 어떤 남자가 나타나 강간을 한다. 대사 또한 어찌나 진부하고 끔찍하고 표현 또한 마찬가지다.
"난 네게 반했어.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너도 나한테 반했잖아?" ,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자, 안아주지.", "오토네, 넌 이제 내거다. 네 몸에는 이제 나란 남자의 각인이 새겨져 있어. 그 사실을 잊으면 안 돼. 다시 만나지.", 무참히 스러지니 나의 꽃봉우리가 안타까워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외쳤다.
아니, 아무리 여성이 화자라고 해도 그렇지. 강간을 이렇게 쉽게 당하며, 그 강간당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개같은 설정은 장난인가?ㅋㅋㅋ 그것도 여자 화자 입장에서 말이다. 그 시절, 일본 사람들의 여자를 대하는 뇌구조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강간을 당해 신고할 경우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라고 하니.)
여튼, 이런 부분에서 정말 최악이었다.
줄거리를 보자면 우에스기 백부님의 예순 번째 생신 날, 변호사가 오토네를 찾아온다. 사타케 젠키치라는 증조 할아버지에게 겐조라는 동생이 있었고 겐조가 100억엔에 가까운 재산을 상속해 준다는 내용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다카토 슌사쿠라는 이름의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 남자는 어디에 있는지 생사도 확인하기 어렵지만 탐정을 고용해 찾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초대된 아크로바트 댄서 낸시 가사하라와 캐롤린 가사하라 중 마사오라는 본명을 갖고 있는 댄서가 초콜릿에 넣은 독으로 살해되었고 오토네의 치자나무 꽃 장식이 발견 된 곳에서 한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남자의 팔에는 슌사쿠/오토네라는 문신이 있었고 이로 인해 그 남자가 오토네의 백억엔의 상속자 슌사쿠였다. 게다가 슌사쿠를 찾아낸 사립탐정 이와시타 산고로도 살해 당했다. 충격으로 기절한 오토네는 한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다. 이후 변호사가 다시 와서 2단계 유언장을 공개했다. 그리고 공개하는 그 자리에서 그녀를 강간한 남자, 다카토 고로를 다시 만나게 된다.
새로운 유언장은 겐조 노인의 핏줄 9명에게 백억엔을 골고루 나누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중 둘, 슌사쿠와 가사하라 마사오가 죽었다. (가사하라도 상속자 중 하나였다.) 그리하여 남은 인물은 겐조의 남동생 젠키치의 아들인 다테히코(오토네에게는 삼촌이다), 다테히코의 형제인 세쓰코의 딸인 오토네, 겐조의 다른 형제 히코타의 자식들로 하나코와 초코, 유카리, 아케미, 가오루 이렇게 7명이 남았다.
하나코와 초코 자매를 동시에 애인으로 둔 남자 시가 라이조라는 인물과 아케미와 함께 온 미소년 시로, 유카리의 양아버지 기토 쇼이치등이 함께 한 인물이고 이들 중 하나가 죽으면 남은 재산은 자동 배분된다. 즉 혼자 남으면 혼자 백억엔을 차지할 수 있다.
겐조 노인은 다케우치 다이지라는 남자를 죽이고 도망쳤고 슌사쿠의 증조 할아버지인 다카토 쇼조는 그 누명을 쓰고 사형당했다. 노인은 삼수탑을 세우고 세 사람의 목을 조각해서 탑에 놓았다. 그리하여 겐조 노인은 다케우치 준고라는 인물을 찾아서 재산을 물려주려고 했는데 이 사람이 어쩔 도리가 없는 인간이라 위자료를 주고 다시 돌려 보냈고 준고는 계속 돈을 달라고 했고 결국 겐조 노인은 정나미가 떨어져 상대해 주지 않았다. 남자는 노인을 원망하며 복수하겠다는 협박장 같은 것을 보냈다.
이후 오토네는 자꾸만 다카토 고로와 얽히고 만나게 되고 그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몸이 가며 마음도 가고(......) 점차 다정하고 남자다운 그에게 빠져들게 되며 열락의 기쁨도 알게 된다(.........쓰면서도 참 어이없다). 그리고 아케미, 시가 라이조와 하나코가 살해당한다.
시게 라이조에게 당할 뻔 하고 아테히코 삼촌에게 감금당하고(오토네가 남자 때문에 타락했다고 생각하여 그런것이다) 또 시로에게 당할 뻔 한다. 그 와중에 초코의 시체가 발견 되며 시로에게 벗어나고 다카토 고로와 함께 삼수탑으로 향한다. 다카토 고로는 자신이 사실은 슌사쿠라고 고백하며 죽은 남자가 사촌이고 재산 때문에 자신의 행세를 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삼수탑 안에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겐조 노인과 어린 시절에 찍었던 손도장과 지문을 찾으러 온 것이다. 삼수탑의 호넨 스님에게서 정보를 얻으려 하다가 유카리와 시로, 기토 쇼이치에게 당해 우물 아래로 떨어져 버린다. 굶주림 속에서 죽을 뻔했던 그들은 긴다이치 쿄스케에 의해 구출된다. 하지만 범인들은 도망친 상태였고 호넨 스님과 기토 쇼이치는 죽는다. 유카리와 시로도 숯가마에 숨어 있다가 살해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담배 케이스가 발견 되었다.
**스포일러**
담배 케이스는 우에스기 백부님의 것이었다. 손도장과 지문이 찍혀 있던 두루말이는 긴다이치가 찾아 주었다. 백부는 오토네를 이성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그것이 모든 비극의 발단이었다. 오토네의 남편이 될 슌사쿠(고로)를 죽이고 오토네를 위해(유산 상속의 권리를 잃는게 아쉬워서) 상속자들을 다 죽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
결국 유산은 오토네와 남편이 된 슌사쿠가 차지하게 되었고 다테히코 삼촌과 그와 결혼하게 될 가오루에게도 좀 나눠 줄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당황스럽고 황당한데 마지막엥 슌사쿠는 "백부님은 세상에서 말하는 악의 천재는 아니야. 너도 백부님을 용서해드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 라고 한다. 참으로 관대하고 훌륭한 인간이다. 나참.
강간범도 사랑하고 사람을 엄청나게 살해한 백부도 용서하라고 하는 대인배 커플. 개인적으로 긴다이치 쿄스케의 시리즈 중 재미면에서도 추리적인 재미 면에서도, 말도 안되는 범죄를 미화시키는 면에서도 모든 것을 통털어 최악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래서 초반에 비해 후반 작품이 별로라는 것 같기도 하고.